盧 전 대통령 겨냥 드러나… 검찰 알고도 묵인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엄으로 몰았던 태광실업 박연차에 대한 표적 세무조사 정황을 뒷받침하는 태광실업 세무조사에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이 불법적으로 개입했음을 입증하는 동영상이 국정감사장에서 공개됐다.
2009년부터 한상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잡기 위해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필요하며 태광실업의 탈세를 밝히려면 태광의 공장이 있는 베트남 세무당국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등 세무조사에 적극 개입했다"고 안인구 전 국장은 주장 했었다.
이 동영상에는 한상률 전 청장의 불법사실을 알고서도 검찰이 사실상 묵인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3월 한 전 청장과 안원구 전 서울국세청 세원국장의 검찰 대질심문 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은 한 전 청장이 태광실업의 베트남 현지법인에 대한 계좌추적조사를 위해 베트남 국세청장과 친분이 있는 안 전 국장을 세무조사에 투입하려 했다는 진술을 담고 있다.
현행 법규상 국세청장은 세무조사에 개입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한 전 청장의 이 같은 진술은 그가 실정법을 위반했으며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한 표적세무조사였음을 보여주는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라는 지적이다.
검찰 역시 이 같은 위법사실을 진술로 확보했으면서도 지난해 한 전 청장에 대한 기소에서 이 부분을 제외함으로써 의도적 은폐 의혹을 받게 됐다. 때문에 '한상률 게이트'에 대한 전면 재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검찰조사 동영상을 통해 공개된 진술에 따르면 한 전 청장은 2008년8월 방한 중이던 베트남 국세청장을 위한 만찬에 안 전 국장을 배석시켰다.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에 대한 혐의를 잡기 위해선 베트남 현지법인에 대한 세무조사가 필요했는데, 베트남 국세청장의 협조를 얻기 위해 안 전 국장을 배석시킨 것이었다.
하지만 "베트남 국세청장이 안 전 국장을 잘 알아보지 못해 매우 실망했다. 이 때문에 안 전 국장을 태광실업 세무조사에 투입시키려 했다가 그만 두었다"고 한 전 청장을 진술했다. 검찰 조사관이 "세원분석국장을 세무조사에 투입한 전례가 있느냐"고 묻자 한 전 청장은 "그런 전례가 없다"면서 사실상 불법적 권한을 행사했음을 시인했다.
이에 대해 세무당국의 한 관계자는 "법상 세무조사권한은 국세청 본청 아닌 지방청에 있으며 국세청장은 일체 개입할 수도 중간보고도 받을 수 없다"며 "진행중인 세무조사에 국세청장이 조사인력을 배치하려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태광 기획세무조사' 사실로 드러나… 검찰은 한상률 다른件만 기소
이명박정권 내내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태광실업 기획세무조사 설'이 부분적이지만 사실로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인 2008년에 시작된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끝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이어져 현 정부의 민감한 아킬레스 건으로 평가된다.
안원구 전 서울지방청 세원분석국장과 야당은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태광산업 기획세무조사를 적극적으로 주도해왔다고 계속 의혹을 제기해 왔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4월15일 인사청탁 명목으로 1,200만원 짜리 그림을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상납(뇌물공여)하고, 퇴임 후 주정업체 3곳으로부터 6,900만원의 자문료를 받은(뇌물) 혐의로 한 전 청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이마저도 법원에서 1ㆍ2심 모두 무죄판결이 나 한 전 청장은 면죄부를 받은 상태다. 불법 세무조사 부분은 기소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안 전 국장은 직접 작성해 민주당 등에 전달한 보고서에서 한 전 청장이 "태광실업 신발공장 관련 계좌 확보를 위해 베트남 국세청의 협조를 받아내야 하는데 박연차 회장이 베트남 정부로부터 국빈 대우를 받고 있어 베트남 국세청의 협조를 받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국세청 국감에서 공개된 동영상에 언급된 2008년 8월 11일 베트남 국세청장 한국 초청에는 이 같은 협조를 끌어내기 위한 목적도 포함돼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명박에게 매주 2번씩 독대보고...
이 보고서에는 특히 "(한 전 청장이) 태광실업 세무조사와 관련해 대통령과 1주일에 2번씩 독대보고를 하고 있으니 이번 조사에서 공을 세우면 이 사실을 대통령께 보고해 명예를 회복시켜주겠다"며 안 전 국장의 세무조사 참여를 설득했다고 했다.
이 같은 의혹을 바탕으로 민주당은 2009년 6월 한 전 청장을 검찰에 고발했으나 한 전 청장은 미국에 머물며 조사를 피해오다 지난해 2월 돌연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지난해 4월 한 전 청장을 불구속 기소하며 수사결과를 발표했는데 뇌물 수수 부분만 기소한 채 태광실업 표적 세무조사나 여권인사에 대한 청장 연임 로비 등 핵심의혹은 아예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이번 동영상 공개에서 검찰이 한 전 청장의 태광 세무조사 불법 개입 여부를 알고 있었음이 확인된 만큼 사건 축소에 일정부분 가담했음을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정권 교체기에 터진 핵폭탄급 폭로가 검찰과 국세청은 물론 정권의 핵심에 어떤 충격을 안겨줄 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힘들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