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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적폐 청산에 대하여 ① 극우, 보수편향 안보교육
보훈정책의 연원과 국가유공자
 
정운현 기사입력  2017/04/28 [11:21]

보훈적폐 청산에 대하여 ①  – 극우, 보수편향 안보교육
- 보훈정책의 연원과 국가유공자

 

정부 부처 가운데 국가보훈처는 그리 주목받는 부서는 아니다. 한 때 국방부 출입기자가 보훈처를 겸직으로 출입할 정도였다. 그 당시 보훈처 기사는 3.1절이나 광복절 때 독립유공자 발표, 그리고 ‘이달의 독립운동가’ 선정을 보도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보훈처가 심심찮게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보도의 대부분은 비판적인 내용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보훈처는 5.16 군사쿠데타 얼마 뒤인 1961년 7월 5일 ‘군사원호청’으로 출범했다. 그 뿌리는 한국전쟁 직전인 1950년 4월 14일 공포된 군사원호법이다. 이는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최초의 보훈관계 법령으로, ‘원호(援護)’라는 명칭은 일제 때부터 사용돼온 것이다. 골자는 군 복무중인 장병과 그 가족 또는 유족에 대한 생계부조와 고용안정, 시설 가료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1948년 ‘여순사건’ 등 좌익세력 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희생당한 군경들의 원호가 주목적이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창군 초기인데다 국가재정 등의 문제로 인해 제대로 된 원호사업이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박정희 군사정권 들어서 군사원호청을 원호처로 승격시키고(1962.4.16.) 종합원호원, 원호병원, 직업보도원 등을 설치하면서 원호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85년 원호처는 현 국가보훈처로 다시 승격되었다. 차관급인 보훈처장의 직급은 2004년 3월 장관급으로 격상되었다가 2008년 2월 다시 차관급으로 조정되었다.

정부조직법 제24조(국가보훈처) ①항에 따르면, ‘국가유공자 및 그 유족에 대한 보훈, 제대군인의 보상·보호 및 보훈선양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국무총리 소속으로 국가보훈처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국가유공자’는 순국선열, 애국지사, 전몰·전상군경, 순직·공상군경, 무공·보국수훈자, 6·25 참전 재일학도의용군인, 참전유공자, 4·19혁명 사망·부상·공로자, 순직·공상공무원, 특별공로순직자, 5.18 민주유공자(‘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 박승춘 현 국가보훈처장의 문제점

이처럼 국가유공자는 다양하지만 그간 보훈처가 벌여온 보훈사업은 ‘군인’(UN 참전군인 포함)들에게 과도하게 치우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보훈처의 태생적 한계이기도 하지만 역대 보훈처장의 절대 다수가 군 출신이기 때문이다. 초대 원호처장 민병권(육군중장 예편)을 비롯해 현 28대 보훈처장 박승춘(육군중장 예편)까지 대다수가 예비역 장성들이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보훈처장 자리는 예비역 장성들의 양로원, 정거장 같은 곳이어서 보훈처에는 현재도 ‘군사문화’가 만연돼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현 박승춘 처장 취임 이후 이같은 현상은 더욱 강화돼 왔다. 2011년 2월 24일 취임한 이래 6년 넘게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박 처장은 예비역 육군중장 출신으로 극우성향의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취임사에서 “튼튼한 국가안보로 이어지는 국가보훈을 구현하기 위해서 국민들은 독립·호국·민주화로 이어지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하며 그 과정에서 자기 몸을 희생하면서까지 나라를 지켜낸 분들의 숭고한 뜻을 알고, 기억하고, 받들어야 한다.”고 안보와 역사교육에 대해 강조했다. (보훈처 공식블로그 ‘훈터’, 2011.2.24.)

그러나 그는 약속과 달리 ‘독립·호국·민주화로 이어지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두루 망라해 균형 있게 다루지 않았다. 예편 후 극우편향의 안보교육 강사로 활동하던 그는 보훈처장 취임 후 이명박-박근혜 두 보수정권 하에서 극우·반공 이데올로기 전도사를 자임하였다.

이를 위해 취임 직후인 2011년 6월 보훈처 보훈선양국 산하에 ‘나라사랑교육과’를 신설하여 ‘나라사랑교육(안보교육)’을 추진하였다. 이미 정부부처 내에 행정안전부, 국방부, 통일부 등이 안보교육을 해 오고 있었음에도 별도의 부서까지 신설하는 등 무리수를 둔 셈이다.

2012년 12월 18대 대선을 앞두고 보훈처가 제작한 소위 ‘종북 DVD’가 논란이 됐었다. 문제의 DVD는 독재에 반대하는 민주화 운동을 ‘종북세력의 활동’으로 매도한 반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하고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홍보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또 ‘광우병 촛불집회’를 북한의 지령을 받은 종북세력의 반정부 투쟁으로 묘사하면서 당시 쌍용차 노조 파업에 대해서는 종북세력의 활동이라 지칭했다. 보훈처는 이런 내용을 담은 DVD 1천 세트를 제19대 총선과 18대 대선에 맞춰 전국의 보훈관서와 민간단체 등에 배포하였다. 이는 선거개입 의도가 담긴 것이었다.

보훈선양사업은 앞서 열거한 각 분야 ‘보훈대상자’들의 공적을 널리 알리고 이를 현창하는 것이 주요임무다. 그런데 보훈처는 주요 보훈대상자인 독립유공자나 민주인사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예우에 그쳤다. 반면 ‘나라사랑교육’의 ‘호국’ 편 교재로 <누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가> <한미동맹, 왜 필요한가> <한반도의 빛과 어둠> 등이 포함돼 있어 이곳이 국방부 홈페이지인지 착각마저 들게 한다. ‘민주’편 동영상 코너에는 그 흔한 4.19혁명이나 5.18 광주항쟁 동영상 하나 없으면서 ‘호국’편에는 무려 8개의 동영상을 소개하고 있는데 천안함 사건, 제2연평 해전, 6.25전쟁 등이 주요내용이다.

- ‘나라사랑교육’의 폐해와 개선점

이는 2017년 현재도 비슷한 형국이다. ‘나라사랑교육'의 주요내용으로는 전시작전통제권과 사드 배치가 필수요소라는 점(안보), 외국자본에게 전쟁이 날 우려가 없다는 신뢰를 제공하고 투자여건을 조성하는 것(경제), 북한 핵·미사일 대비 및 한미동맹 강화(북한 대남전략) 등을 꼽고 있다. 본업인 보훈대상자 현창사업은 온데간데없고 국방부를 대신한 안보교육과 경제부처, 통일부의 업무를 잔뜩 가져와 제 업무라고 우기는 꼴이다. 그래놓고선 결론에서 박근혜 정부의 ‘명예로운 보훈정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고, ‘비군사적 대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여 현재를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겠다는 식의 해괴한 주장을 늘어놓고 있다.

보훈처 설립 취지는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에 대한 보훈, 참전군인과 제대군인에 대한 지원 사업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보훈처가 박근혜 정권 4년간 집중적으로 펼친 사업은 편향된 안보교육과 한미동맹 강화였다. 보훈처 ‘2017년 업무계획’에 따르면, 지난 4년간 360만 명에게 안보교육(나라사랑교육)을 시켰으며, 향후 1천만 명 이상 교육 시 국내 이념갈등 해소 및 국민통합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지난 4년간 UN 참전용사 3천 명을 초청하고, 38개 재외공관을 통해 6만 7천 명에게 감사행사를 했는데 이를 통해 한미동맹 및 UN참전국과 혈맹강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하였다. 참고로 이 기간 동안에 한국의 독립운동을 도운 외국인을 초청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국가보훈은 이를 통해 국민들의 올바른 정체성 확립과 국민통합에도 기여해야 한다. 그러나 현 보훈처의 안보교육은 국민통합은커녕 오히려 이념대립을 부추기고 국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한 예로 박승춘 처장은 광주 5.18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반대해 5.18 관련단체나 지역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5.18 민주유공자는 엄연히 국가유공자이며, 망월동 5.18묘역은 국립묘지로 지정돼 보훈처가 관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박 처장은 보수정권을 등에 업고 여기에 개인적 성향까지 앞세워 공적 업무를 사적 감정으로 처리하고 있다.

박 처장은 ‘독립’유공자나 ‘민주’유공자는 홀대하면서 ‘호국’을 앞세워 군 출신 우대정책을 펴고 있다. 또 반공교육, 한미동맹 강화 등을 위해 전담부서를 두고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쏟아 붇고 있다. 박 처장 체제의 보훈처는 결국 본업은 소홀히 한 채 엉뚱한 정치적 사업에 혈안이 돼 있다. 특히 ‘나라사랑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국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극우성향의 이념이나 가치관을 주입하는 것은 독약과 같은 것이다. 이는 민주사회의 다양성을 훼손할뿐더러 사회 구성원 간의 갈등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하루빨리 시정, 개선돼야 한다.

새로 출범하는 민주정부는 보훈처에 대해 전면 쇄신작업을 단행해야 한다. 우선 보훈처의 수장인 처장은 국가관이 투철하고 올바른 역사의식을 겸비한 문민인사가 보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아울러 왜곡되고 정치논리에 오염된 ‘나라사랑교육’ 같은 적폐(積弊)를 말끔히 청산해야 한다. 그와 함께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고 나아가 진정한 의미의 애국애족정신을 되살리고 전하는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보훈처는 단순히 연금이나 주는 그런 기관이 아니다. ‘보훈’은 국난극복의 원동력이자 민족번영의 내적 동인임을 인식해야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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