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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무용가 정 모 씨에게 수년간 수십억원의 특혜를 제공해 정 씨와 ‘특수관계’라는 의혹을 사고 있는 김재철 MBC 사장(왼쪽). |
김재철 MBC사장과 여성무용가 정 모 씨의 사이를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김 사장이 정 씨에게 과다한 출연료와 행사를 몰아주는 방법으로 무려 21억 원 이상의 특혜를 제공해 회사에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끼쳤다며 MBC 노조가 김 사장에 대해 구속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MBC 노조가 김 사장과 무용가 정 모씨가 ‘특수관계’가 아니냐는 의혹과 관련해 또 하나의 주장을 제기해 주목을 끌고 있다. MBC 노조에 따르면, 김 사장은 법인카드를 그랜드힐튼 호텔에 이어 서울시 종로구 구기동의 한 일본식 주점에서 가장 많이 사용했는데 이 주점은 정모 씨의 집에서 불과 30M 떨어진 곳이라는 것.
MBC 노조는 “김 사장이 지난 2년 동안 22차례, 한 달에 한 번꼴로 이 주점을 찾았다”며 “음식점 사장은 김 사장이 차도, 수행원도 없이 혼자 와서 30분 정도 자연산 전복과 홍삼 등을 먹었다. 매번 회를 포장해서 갔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는 “대체 회를 포장해서 누구에게 가져다 준 것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또 노조는 김재철 사장이 자주 찾은 사직공원 인근의 한 정육식당에서는 김 사장과 정 모씨를 함께 목격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14차례 210만 원어치를 결제한 이 식당은 정 모씨의 사는 동네인 구기동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으며, 정 모 씨의 집으로부터 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곳이다.
노조는 이 식당 직원이 김 사장의 사진을 단번에 알아봤으며, 또 김 사장이 고기를 먹던 행태와 동행자까지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 식당 직원이 김 사장에 대해 “‘항상 사모님과 함께 오신다’ 정 모씨 사진을 보이자 ‘그래 늘 사모님하고 오셨다. 직원들은 다 알 거다. 이 분이 사모님 맞지?’ 라고 되물었다”고 전했다.
앞서 노조는 김재철 사장이 48차례나 법인카드로 결제한 그랜드힐튼 호텔에서도 “늘 사모님과 함께 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그랜드힐튼 중식당 직원은 “김 사장은 늘 사모님하고 같이 오신다. 다른 분하고 오신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그랜드 힐튼 호텔은 정 모씨의 집에서 3.8㎞ 떨어진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다. 노조관계자는 “그랜드힐튼에서 공휴일 저녁 8시 30분쯤 15만 여 원을 결제한 뒤 불과 30여분만에 정씨 집으로 가는 길목의 횟집에서 회 6만 원어치를 포장한 흔적도 나온다. 과연 그랜드힐튼 중식당 직원이 기억한 사모님은 누군지 의심스럽다”고 김 사장과 정 모 씨 사이를 의심했다.
한편 MBC 노조(위원장 정영하)는 14일 여의도 MBC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7년 동안 MBC가 주최하거나 후원한 공연 가운데 무용가 정 씨가 관련된 공연은 확인된 것만 27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는 “김 사장이 울산MBC 사장이던 시절 정 씨를 MBC 주최 공연에 출연시켜 수백만 원대의 출연료를 지급하다 정 씨가 공연 기획사를 만든 후에는 MBC 주최 공연을 이 기획사에 통째로 맡기는 방식으로 돈의 액수를 특혜를 줬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이 과정에서 “가짜서류를 만들어 출연료를 부풀리는 등 제작비를 부풀린 사례가 드러나기도 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정 씨가 MBC에 제출한 공연 제안서에는 분명히 출연자로 나와 있는데, 섭외전화 한 통도 못 받았다는 음악인들이 허다하고, 특히 공연계에서 이른바 ‘특A급’으로 통하는 출연자보다 정씨 공연의 출연자의 출연료가 서너 배 이상 높게 책정됐던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정영하 노조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 “만약 프로그램 가장 잘 만드는 PD가 이런 비리를 저질렀다면 한 달 안에 진상조사 끝나고 자른다. 이렇게 잘려나간 사례 그동안 꽤 있다”며 “사장이란 이유 하나로 두 달 넘게 감사실에서 손도 못 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 위원장은 “특가법은 벌금에 그치지 않는 중범죄”라며 ”이번 주 안까지 회사가 내놓는 반응 보고 이번 주 안에 고소·고발이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노조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MBC 이진숙 기획조정본부장은 “관련 사안들은 이미 노조가 경찰에 고발한 내용들”이라며 “사법당국에서 문제가 있는지 가리면 될 일”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이 본부장은 또 “아직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사안을 갖고 회사의 입장을 밝힌다는 건 적절치 않다”며 “사법당국에서 혐의가 입증되면 책임을 지겠지만 만약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판명난다면 노조가 ‘석고대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