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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한중FTA 대비 면역력 키우려..”
[서프라이즈 단독-노무현 대통령 생애 마지막 인터뷰] 퇴임 6개월 후 봉하마을 사저서 <서프라이즈> 신상철 대표와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 기사입력  2012/05/24 [08:10]
 

2008년 8월 26일 오후 2시경,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봉하마을 사저 집무실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차 한 잔을 사이에 놓고 마주 앉았다.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꼭 6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당시 노 대통령은 어떤 언론과도 인터뷰를 하지 않았으나 <서프라이즈> 신 대표의 인터뷰 요청에 대해서는 “<서프라이즈>에 마음의 빚이 크다”며 비보도를 전제로 인터뷰에 응했다.  

이날 노 전 대통령과의 인터뷰는 한 시간여에 걸쳐 진행됐다. 신 대표는 퇴임 후 귀향생활 등 근황을 비롯해 참여정부 시절 뜨거운 화두였던 ‘평검사와의 대화’, 한미 FTA, 이라크 파병 및 ‘대연정’ 제안 등 10여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비교적 차분한 어조로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퇴임 후 사저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노무현 대통령. 사진은 지난 19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에 전시된 것임. © 진실의길

노 전 대통령은 임기 중에 몇몇 언론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 가운데 임기 말인 2007년 가을 퇴임 6개월을 앞두고 청와대에서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와 가진 심층인터뷰를 대표적인 인터뷰로 꼽을 수 있다. 이 내용은 2009년 단행본으로도 출간됐는데, 오 대표는 책 소개글에서 ‘바보 노무현부터 정치인 노무현까지 여섯 명의 노무현을 만난다’고 썼다.  

오늘 공개하는 인터뷰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로부터 다시 6개월 뒤 김해 봉하마을 사저에서 가진 것으로, 퇴임 후 언론과의 인터뷰는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셈이다. 인터뷰 내용 가운데는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견해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의 입장과 고민, 그리고 퇴임 후의 생활 등에 대해 진솔한 견해가 담겨 있어 ‘노무현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판단된다. 

오늘, 노무현 전 대통령의 3주기 탈상(脫喪)을 맞아 <진실의 길>은 노 전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육성파일과 함께 처음으로 공개한다. 다음은 인터뷰 가운데 핵심내용 몇 가지를 배경설명을 곁들여 발췌해 간추린 것이다. (인터뷰 전문이 필요하신 분은 별도기사를 참조바랍니다) 

1. ‘평검사와의 대화’와 검찰 장악 

법무부 장관에 판사 출신의 여성 강금실 변호사를 발탁한 것도 파격이었지만 임기 초인 2003년 3월 ‘평검사와의 대화’ 자리를 마련한 것도 한국 정치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다. 노 대통령은 임기 중에 검찰, 국정원 등 이른바 권력집단들의 제자리 찾기를 위해 노력했다. 이를 두고 ‘아마추어 정권’이라는 일각의 혹평도 없진 않았으나 그의 원래 취지마저 퇴색되어선 안 될 것이다. 퇴임 후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노 대통령이 이를 후회했을지는 알 수 없으나 임기 중에 검찰 장악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인터뷰에서 그 한 대목을 소개하면, 

“검찰을 장악했던 정권은 없습니다. 그리고 검찰이 하나라고 보면 안 됩니다. 손발처럼 YS를 도운 검찰도 있지만 말년에 와서 YS를 때려잡은 검찰이 공존하고 있는 데가 바로 검찰 아닌가요? 그걸 인정해야 합니다. 일사분란하게 검찰을 장악하는 시대는 이제 불가능한 시대입니다. 언론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권력을 장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일부 정치검찰과 결탁할 수는 있지만은 모든 검찰을 다 장악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어떤 정권이든 일부 정치적 성향이 강한 검찰과 결탁할 수는 있고, 그것이 어느 정도 검찰의 분위기를 장악할 수 있지만 모든 검찰을 장악할 수는 없습니다. 나는 그렇게 상황을 보았기 때문에 별 뜻 없이 검찰 자기 갈길 내버려두고 검찰이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도록 최대한 그렇게 관리를 한 것이죠.”  

▲ 참여정부 임기 초인 2003년 3월 9일 텔레비전으로 생중계 된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와의 대화 장면

2. ‘대연정’ 제안 

2004년 탄핵 등 곡절을 겪은 후 노 대통령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에게 이른바 ‘대연정’을 제안했다. 그 배경을 두고는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는데 가장 주된 이유는 지역구도 극복을 위한 선거구제 개편 시도가 주로 꼽힌다. 노-박 청와대 회담이 마련됐지만 결과는 성과 없이 끝났고 이후 노 대통령은 여권과 지지자들로부터의 호된 비판에 직면해 한층 더 고립됐다. 대연정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 스스로도 실책임을 자인한 바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단 한 마디로 그쳤는데, 소개하자면,

“그것(대연정 제안)은 헛발질 한번 한 것이죠. 뭐 이론적으로 전략적인 근거를 가지고는 있었습니다만 어쨌든 그 당시 적절한 정치적 행보는 아니었다고 봐야죠.”  

3. 한미 FTA 문제와 ‘속도 논쟁’ 

대연정 제안, 이라크 파병에 이어 지지자들로부터 ‘등돌림’을 당한 사건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한미 FTA’ 추진이었다. 재계와 야당(당시 한나라당) 등 보수진영은 찬성하고 나섰지만 정작 여권과 지지층인 진보진영은 반대편에 섰다. 반대론자들은 경제력이 열세인 우리가 미국과 그것도 제대로 된 준비없이 FTA를 체결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하며 나아가 대미 경제종속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은 과연 어떤 배경, 목적 하에서 한미 FTA를 추진하게 됐을까? 요약하면 대세의 흐름과 중국과의 FTA에 대비하자는 것이었다.  

“한미 FTA는 결국 개방이냐, 쇄국이냐 이 논쟁은 의미없는 것이고 개방의 속도를 어떻게 할 것이냐 이것 아닙니까? 그래서 나는 개방의 속도에 있어서 적정한 수준이다, 개방을 반대하는 게 진보라고 하면은 진보가 잘못된 것입니다. 진보가 만일 개방을 반대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이미 진보일 수 없는 것입니다. FTA 반대론자들은 개방의 속도에 대한 불만이 반대라고 생각하는데 그만한 속도가 필요했다고 보는 것이죠. 이는 세계 대세를 외면하자는 이야기인데 옳지 않습니다.  

중국과 FTA를 한다고 한다면 언제쯤 할 것이냐는 전제를 두고 거기에 필요한 만큼의 국내경제 구조조정을 해야 하거든요. 사람을 쫓아내는 게 구조조정이 아니고 경제 체질개선을 해야 되는 것이거든요. 중국과의 FTA에 맞추어서 지금부터 체질을 준비해 나가야 되는데 아무 충격이 없으면 준비를 안해요. 그래서 그보다 충격이 적은 (한미)FTA를 해서 면역력을 준비시켜 중국과의 FTA를 생각하면 (한미 FTA는)불가피한 것이었고, 우리 현재의 역량과 수준으로 봐서는 다소 도전적인 선택으로써 적절하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4. 참여정부 시절 ‘당정분리’ 논란 

참여정부 시절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은 당헌·당규에 당-정분리를 명문화하고 있었다. 이를 반영하듯 청와대는 2005년 7월 정무비서관실을 폐지하는 대신 정책실 산하에 정책조정비서관실을 신설했다. 당시 노 대통령은 일반정무보다는 정책정무, 즉 입법정무에 훨씬 무게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입법정무 기능만으로는 야당은 고사하고 당-정-청간의 업무조정도 원활하지 못해 결국 정무수석 부활론까지 다시 제기됐다. 심지어 ‘대통령이 정무수석’이라는 지적까지 나왔으나 노 대통령은 ‘원칙론’을 강조하며 오히려 불만을 내비쳤다.  

“당정분리는 내가 한 게 아니고 내가 대통령에 당선된 시절 당정분리가 거의 국민적 합의 수준까지 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당헌·당규에 당정분리는 돼 있었고요. 당정분리를 안 하면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이 구체적으로 뭐가 있었겠어요? 공천권 행사? 당직 임명? 당정분리를 안하면 대통령이 당직 임명권을 행사해야 하지만 (당정분리 한 이상은) 당헌상 불가능해요. 당정협의는 장관들이 분야별로 하게 돼 있고 정무수석은 옛날 승지처럼 대통령의 의중을 전하러 다니는 사람입니다. 자꾸 정무수석 부활하라고 하면 당정관계 본질의 문제가 따로 있는데 어떻게 부활을 시킵니까?” 

▲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마중나온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는 장면(2007.10.2)


5. 남북관계와 대화·협상에 대해 

노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임기 중에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로써 남북관계는 긴장과 대립을 풀고 대신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 수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출범 후 남북관계는 과거 10년간 쌓아놓은 신뢰와 대화무드를 한 순간에 무너뜨렸다. 분단국가 체제 하에서 남북문제는 (남북의)현실권력이 양보를 해가면서라도 통합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노 대통령은 견지하였다. 아울러 대화와 협상은 일반원칙을 존중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명박 정권이 남북문제에서 기본에 충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으로 들린다. 

“우선 남북관계는 본질에 충실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통합이 지상명제라면서도 현실권력은 통합을 위해서 자기 권력의 일부도 양보할 생각이 없고 실제로는 통합의 대의는 권력과 전쟁의 수단이거든요. 이 모순관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정치적 결단과 국민적 역량이 있어야 합니다. 국민들에게는 대화국면을 말하면서도 늘 대결발언들과 행동들만 해왔고, 무슨 동맹과 남북관계가 선택적인 것처럼 그렇게 해왔습니다. 즉, 적대관계를 가지고 있으니까 계속 경쟁관계, 적대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외교의 일반원칙에 대해서도 지키지도 않고. 그게 문제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 추기 : 참여정부 시절 굵직한 사안 가운데는 이밖에도 이라크 파병, 탄핵, 주한미군기지 이전 등도 있지만 인터뷰 내용에 포함돼 있지 않아 여기서 소개하지 못했습니다. 또 인터뷰 당시 대화장면을 담은 사진을 유실하여 한 장도 싣지 못함을 아쉽게 생각하며 관련사진은 사람사는 세상에서 몇 장 퍼오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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