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07년 12월 16일자 기사>
“이명박 무혐의 섣부른 결론…의혹만 키워”
민변, 검찰수사 조목조목 비판
정치적 논란 감수 ‘법률가 소임’ 선택
검찰 “수사 미진 주장 동의할 수 없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지난 2007년 12월 13일 의견서를 통해 비비케이(BBK)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밝힌 것은, 사안의 정치적 민감성을 고려할 때 상당히 이례적이다.
검찰 수사가 국민적 의혹을 속시원히 풀지 못하고 오히려 의혹을 키웠다는 판단 때문에,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는 모험을 감수하면서도 의견서를 발표하게 됐다는 게 민변 쪽의 설명이다.
■ 의견서 발표 배경=민변은 의견서에서 “비비케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발표가 있은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아직도 국민의 과반수가 수사결과를 불신하고 있으며 시민단체, 정당, 검찰의 반박과 재반박을 거치면서 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사건의 실체를 놓고 정치적 공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검찰 수사에 법률적 판단의 근거를 제시해 보자는 게 민변의 취지인 셈이다.
조영선 민변 사무차장(변호사)은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 문제이기도 해서 수사에 대한 의견 표명을 해야 하는지 내부적으로 논의가 있었지만, 국민적 의혹이 있는 상황이라 법률가 단체로서 할 일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 검찰 수사의 문제점=민변은 이날 의견서를 통해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우선 지난 8월 검찰이 ‘제3자의 것’으로 판단한 도곡동 땅 판 돈이 다스로 유입된 것을 확인하고도, 다스의 실소유주를 밝히지 않고 서둘러 수사를 종결한 것은 검찰이 수사 미진을 자인한 셈이라는 게 민변의 판단이다.
민변은 “다스로 유입된 이상은씨 명의의 도곡동 땅 매각대금은 검찰 스스로 밝힌 바와 같이 이상은씨가 아닌 제3자의 돈임은 분명하다”며 “지난 8월 수사 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쪽 사람들의 비협조로 이상은씨 명의의 ‘제3자’를 특정하지 못했다면 이번엔 바로 그 부분을 집중해서 수사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스의 실소유자를 밝히는 데 있어 도곡동 땅의 실소유자를 밝히는 것이 수사의 핵심”이라며 “제3자를 밝히지 못했다면 이 후보의 무관함을 선언하는 방식으로 수사 종결을 선언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변은 또 이명박 후보가 “비비케이는 내가 만들었다”고 인터뷰를 한 경위를 검찰이 전혀 조사하지 않은 점도 ‘수사 불신’을 부르는 요인으로 꼽았다.
이명박 후보나 이상은씨에 대한 직접조사가 없었다는 점도 검찰이 불신을 자초한 부분이라고 민변은 지적했다. 민변은 “이 후보가 이 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판단될 수 있는 각종 증거와 주장을 살펴볼 때 대질조사의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최소한 직접조사를 통한 추궁은 결론을 내리기 이전에 반드시 이뤄졌어야 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또 “도곡동 땅의 차명주인인 이상은씨를 소환조사 하지 않고 ‘실소유자를 밝히지 못했다’고 결론 내린 것은 수사의 성실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검찰 반박=검찰은 민변의 ‘수사 미진’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상은씨는 8월에 조사해서 더 조사할 게 없었고 이명박 후보는 혐의가 확인돼야 부를 수 있었다.
혐의도 확인되지 않았는데 소환하면 그게 오히려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김 차장검사는 “다스의 실소유주 수사도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조사는 다 했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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