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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대선 포스터’가 위험하다
‘정당 정치를 외면하며 정치를 말하는 위험성’
 
임병도 기사입력  2017/04/19 [09:09]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19대 대선 포스터에서 정당명을 넣지 않았다. 1987년 노태우 후보도 홍보물에 ‘민주정의당’이라는 당명을 넣지 않았다.

4월 16일 대선 후보 등록이 마감되면서 각 후보들의 선거 포스터가 공개됐습니다. 후보 중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포스터가 단연 눈에 띄었습니다. 한국일보는 광고 천재라고 불리는 이제석 광고연구소 대표의 말을 인용해 “안철수 후보 포스터는 역사 교과서에 실릴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정당 대선 후보가 정당명을 넣지 않았다는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사실 안철수 후보 이전에도 대선 홍보물에 정당명을 넣지 않은 후보가 있었습니다. 바로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였습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로 헌법이 개정됐습니다. 독재에 항거했던 야당 후보들이 출마한 상황에서 민정당 노태우 후보도 대선에 나왔습니다. 노태우 후보는 전두환 독재 정권과는 다르다는 이미지를 강조하길 원했고, 홍보물에 ‘민주정의당’이라는 정당명을 삭제했습니다.

민정당이라는 정당명을 홍보하지 않았던 노태우 후보조차 공식 포스터에는 ‘민주정의당’이라는 당명을 표기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의 포스터에는 ‘국민의당’이라는 정당명이 아예 사라졌습니다.

“정당은 현대정치의 생명선이며 그 성질과 조직은 민주정치의 승패를 판정한다”

정당을 가리켜 이념과 노선을 같이하는 결사체라고 부릅니다. 정당은 지역 또는 사회 구성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자신들이 주장하는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국가 내에서 권력을 획득하려고 노력합니다.

정당은 합법적으로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선거에 후보자를 출마시킵니다. 정당 후보로 출마해 공직자가 된 사람들은 정당의 이념과 노선에 따라 정책을 펼치고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자유가 보장되고 있는 나라에서 정당이 존재하지 않는 곳은 없습니다. 정당은 법률상의 정부에 대해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비법률적인 존재이지만, 그 존재만으로 정부에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뉴먼은 정당을 가리켜 ‘정당은 현대정치의 생명선이며 그 성질과 조직은 민주정치의 성패를 판정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정당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 민주주의를 판가름하는 잣대이기도 합니다.


‘선거 정당으로 변질된 한국 정당의 문제점’

▲대한민국 정당 변천사 ⓒ나무위키 캡처

민주주의 정치에 필요한 ‘정당’이지만, 한국 정당들은 정책이나 이념 등의 결사체가 아니라 오로지 보스를 중심으로 가신들이 권력을 쥐는 부패 집단의 대명사가 됐습니다.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기 보다는 ‘지역감정’을 선거에 이용하는 등 정당의 모습은 오로지 권력의 획득 수단으로 변질됐습니다. 선거를 통해 권력을 얻기 위해 분당과 창당이 빈번하게 이루어졌고, 한 사람의 후보를 위한 ‘선거 정당’이 조직되기도 했습니다.

정당이 정당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다 보니 대한민국의 개혁은 오로지 시민의 힘과 노력으로만 변화됐습니다. 정당이 민주정치를 위한 존재가 아닌 개혁의 대상이 된 셈이었습니다.


‘언제까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나서야 하나?’

▲시민들은 사회적 문제를 정당이 해결하지 못할 때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다. ⓒ오마이뉴스

정당이 필요하고 정당 정치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은 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당은 제대로 그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정당을 바꾸고 정당 정치를 제대로 하도록 만들면 됩니다. 그래야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지 않게 됩니다.

정당을 바꾸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정당 참여가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당원으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시민들이 늘어날수록 정당은 특정 계파나 보스를 중심으로 움직이지 않게 됩니다.

시민 사회가 요구하는 이념과 정책을 정당이 수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면 사회의 갈등은 조금 더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미 정당에서 토론회를 통한 의견 수렴과 합의가 이루어지는 과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 당원이 많아지면 지역에서 벌어지는 토호 세력의 권력 획득이 줄어들 수 있으며, 지역의 현안이 중앙당을 통해 국회, 정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당이 문제가 아니라 정당을 이끄는 지도부와 계파, 보스 등 민주주의 시대에 걸맞지 않은 시스템이 문제입니다.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거리에서 국회로 상시 이동하게 만드는 시스템이 있다면 어떨까요? 그 어떤 지도자라도 측근들이 원하는 정책이 아니라 시민들이 요구하는 정책을 가지고 공직 선거에 나선다면 어떨까요?

영웅을 원하는 정치가 아니라, 시민들이 참여한 당원들의 이야기를 수용하고 대중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합니다. 대의 민주주의가 정당 내부에서도 제대로 이루어지는 시스템이 꼭 만들어져야 합니다.

정당에 속한 정치인이라면 오랜 시간이 걸릴지라도 ‘정당 정치’가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반드시 노력해야 합니다.


‘정당 정치를 외면하며 정치를 말하는 위험성’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네이버 배너 광고, 국민의당이라는 정당명이 없다. ⓒ네이버 캡처

안철수 후보의 대선 포스터가 위험한 이유는 그에게는 ‘정당’이 없기 때문입니다. 앞서 정당은 이념과 사상의 결사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안 후보의 외적인 모습에는 그저 ‘안철수’만 있습니다.

유럽의 민주주의 국가들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사회적 지지 기반에서 오는 정당 간 차이가 뚜렷하다는 점입니다. 사회 계층별로 그들이 원하는 정책이 다를 수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 유권자들은 정당의 이념에 따라 후보를 선택합니다.

지금 안철수 후보의 포스터에는 ‘국민’만 있습니다. 그런데 그 ‘국민’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합법적 권력 수단인 ‘정당’은 없습니다. 말뿐인 정치로 끝나거나 유권자에게 ‘정당 혐오’를 불러일으킬 위험성이 엿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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