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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삼성 공화국은 무법지대’
‘과연 누가 권력의 탄압을 받은 힘 없는 피해자인가?’
 
임병도 기사입력  2017/01/20 [21:2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뇌물공여, 횡령, 국회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대기장소인 서울구치소로 가기 위해 법원을 나오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삼성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됐습니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일 오전 4시 53분 다음과 같은 사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뇌물 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뤄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사유- 조의연 판사)

이재용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공여’, ‘제3차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위증'(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입니다.

특검팀은 삼성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약속된 430억 원이 삼성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대가로 봤습니다. 430억 중 250억 원이 지원됐는데, 뇌물수수죄는 실제 돈을 건네지 않았더라도 약속한 행위만으로도 성립됩니다. 특검팀이 뇌물공여와 제3자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한 이유입니다.

특검팀은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지원했더라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지배를 위한 재벌 총수 개인의 행위로 간주해 횡령 혐의도 적용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 모든 범죄 혐의에 대해 ‘법률적 다툼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현 단계에서의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병철, 이건희에 이어 이재용마저 모두 무법지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처벌까지 불투명해질 수가 있습니다. 이미 할아버지 이병철과 아버지 이건희 사건에서도 이런 일들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은 일제강점기 삼성상회를 시작으로 양조장 사업으로 사업의 발판을 다졌습니다. 이후 제일제당, 제일모직의 제조업과 안국화재(현 삼성화재)와 한일,상업,조흥은행을 인수하면서 금융업까지도 확장했습니다.

이병철 회장은 5.16쿠데타 이후 ‘부정 축재자 1호’로 지목됐지만, 공장을 지어 주식을 헌납하면서 감옥을 가지 않았습니다. 박정희와의 정경유착을 통해 ‘정부보증 민간차관’ 등의 특혜를 받던 이병철은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구속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러나 경영에서 손을 떼고 소유 지분을 판다고 약속하면서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이건희 회장은 1995년 노태우 비자금 사건으로 수사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100억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로 고작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만 선고받았습니다. 이마저도 불과 2년 뒤인 97년 개천철 특별사면 대상자로 사면됐습니다.

이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발행’,’안기부 X파일 사건’,’대선자금’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는 올라갔지만 수사도 구속도 처벌도 받지 않았습니다.

이병철-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은 대한민국에서는 ‘삼성공화국’이라고 불립니다. 전직 대통령들도 구속됐었지만, 삼성가 총수들은 대한민국에서만큼은 ‘무법지대’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누가 권력의 탄압을 받은 힘 없는 피해자인가?’

삼성은 최순실 측에게 거액을 지원한 것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권력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요구 때문이라고 변명합니다. 자신들은 ‘피해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숨진 79명의 노동자들 ⓒ반올림

삼성을 지배하기 위해 430억을 비선실세에 지원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숨진 79명의 노동자, 과연 누가 피해자일까요?

‘이병철-이건희-이재용’, 이 세 사람은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아닌 불법적인 방법으로 경영권을 승계받았습니다. 기업 활동을 위해서 압력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권력이 내미는 손을 못 이기는 척 잡은 것입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단순히 대통령을 탄핵하고 불법적인 지원과 부정 입학 등에 대한 단순 처벌로 끝나면 안 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대한민국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계에서 벌어지는 불공정함과 불평등, 불법을 개혁해야 합니다.

막강한 ‘삼성공화국’의 금권 앞에 무너진 사법부의 정의, 과연 누가 바로 세울 수 있을까요? 다음 대통령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는 헌법의 정의를 실천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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