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 돌아오면서 길거리에 나부끼는 정당홍보의 현수막들이 눈을 아프게 한다. 그중 압권은 새누리당이 내건 “교육감님, 정부에서 내려보낸 누리과정 예산 어디에 쓰셨나요?”이고 바로 그 밑에 정의당이 내건 “대통령님이 약속하신 누리과정 예산 안 줬다고 전해라”이다. 이 때문인지 이런 현수막이 내걸린 사진들이 sns에서 계속 회자되고 있으며 경향신문은 이를 토대로 기사화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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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이 기사화 한 누리과정 예산의 현수막 전쟁 |
이런 가운데 전국의 교육감들은 3일 서울시 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누리과정 공약파기. 무너지는 아이들의 꿈. 이제 박근혜 대통령님께서 답해야 합니다.”란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등 전국 시도교욱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감들은 “우리 시·도교육감들은 보육대란과 교육대란을 해결하고자 1월 15일 이전에 누리과정 문제 해결을 위한 긴급회의를 정부와 국회에 제안한 바 있다”고 말한 뒤 “그러나 교육감들의 절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요청은 묵살되고 보육대란, 교육대란은 현실이 되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대통령과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를 바라는 간곡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자신들의 기자회견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박근혜 대통령님. 국가책임 무상보육 공약을 지켜주십시오”라고 박 대통령을 직접 거론했다. 즉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인 2012년 12월에 ‘국가책임 보육체계를 구축하고 5살까지 맞춤형 무상보육을 실시하겠습니다’라고 발언하였다”면서 “또한 당선인 시절에는 “보육사업과 같은 전국 단위로 이뤄지는 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게 맞다”라고 하였다”는 점도 적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대통령 공약사항인)무상보육을 시도교육청이 책임지라고 하고 있다”면서 “정치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신뢰와 책임”이라고 대통령의 공약회피를 직공했다.
이어서 위 현수막의 공방 내용이 된 보육예산에 관한 진실도 말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님. 무상보육을 위한 재정은 추가되지 않았습니다”라고 주장한 뒤 예산 현실을 말했다.
즉 정부가 “교육부는 이미 지난해 10월 교육교부금 41조원을 시·도교육청에 전액 지원했는데도 서울시 교육청과 경기 교육청 등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단 1원도 편성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하면서 마치 시․도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추가로 지원받았음에도 이를 편성하지 않은 것처럼 말한 부분에 대해 정부의 주장이 틀렸다고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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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기자회견에 나선 전국의 교육감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회견문을 읽고 있다. |
이들은 “2014년 교육부는 대선공약을 근거로 기획재정부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2조 1545억원을 신청하였지만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작년에는 이 신청조차도 없었다”면서 “당연히 시도교육청에는 어린이집 누리과정과 관련하여 1원의 추가지원도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단지, 서류상으로만 누리과정 예산 교부 산출근거가 있을 뿐”이라고 정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들은 또 “시행령으로 법률을 넘어서는 것은 법치주의 파기”라면서 정부가 “영유아보육법 시행령과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들어서 시도교육청에 어린이집 누리과정 편성의무가 있다”고 주장해온 부분도 반박했다.
즉 “시행령으로 법률적 근거가 없는 내용을 규정하는 것은 상위법 위반”이라고 지적한 뒤 “정부여당도 이를 인정하기에 최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발의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리고는 “대한민국은 시행령 국가가 아니라 법치국가이며, 이는 우리헌법의 기본 원리”라며 “지금 대통령께서 지켜야 하는 것은 국민들과의 약속과 법치주의라는 헌법정신”이라고 질타했다.
이어서 이들은 “누리과정 책임전가로 교육대란이 몰려오고 있다”고 말한 뒤 “교육을 포기하는 것은 미래를, 희망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 위기를 박근혜 대통령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 뒤 “시․도교육감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호소했다.
그리고 이들은 마지막으로 “교육감들이 그 동안 수없이 대화를 요구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으나 정부는 교육감들과 대화하지 않고 있다”면서 “오히려 정부여당 관계자는 ‘반란’과 ‘진압’이라는 극단적인 단어까지 써가며 갖은 협박을 일삼고 있다”고 정부의 고압적 자세도 비판했다.
이어서 “이제 대통령께서 나서야 한다. 그래야 이 위기를 해결하고,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정치, 통합의 정치를 만들 수 있다”라며 “박근혜 대통령께 다시 한 번 간곡히 촉구한다”라고 말한 뒤 아래 6가지의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회견을 마쳤다. 아래는 이날 교육감들이 정부에 요구한 6가지 요구사항이다.
1. 대통령의 약속이며, 국책사업인 누리과정 공약은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 2. 누리과정은 법률상 시도교육청의 의무가 아니다. 3. 2010년부터 내국세의 20.27%로 묶여 있는 교부금으로는 유ㆍ초ㆍ중등 교육의 현상 유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4.‘보육대란’뿐만 아니고, 이미‘교육대란’이 시작된 상황에서 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범 사회적 협의기구’를 구성하여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한다. 5. 대통령은 지금의 ‘보육대란’을 막기 위해 긴급 국고 지원을 해야 한다. 6. 앞으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우리 교육감들은 연대하여 교육을 지키기 위한 사명을 다해 나갈 것이다. |
한편 이날 회견에 동참한 교육감은 서울시 조희연, 부산시 김석준, 인천시 이청연, 광주시 장휘국, 대전시 설동호, 세종시 최교진, 경기도 이재정, 강원도 민병희, 충북 김병우, 충남 김지철, 전북 김승환, 전남 장만채, 경남 박종우, 제주 이석문 교육감 등 14명이며 대구시 울산시 경북 교육감등 3인은 동참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