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 2차 TV토론이 어제 열렸습니다. 어제 TV토론은 이정희 후보의 강력한 '재벌 해체'와 공중파의 삼성 비판이 나왔으면서, 한편으로는 박근혜 후보 검증에 대한 새로운 논제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1차 토론 때는 '청와대 6억 원'이었는데, 2차 토론에서는 무상으로 받은 성북동 집에 대한 '세금 납부'와 '지하경제 활성화' 였습니다. 이정희 후보는 박근혜 후보를 향해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습니다.
"18년 동안 청와대라고 불리는 집에 사시다가, 81년에 성북동 주택에 들어가셨습니다. 이 집은 신기수 당시 경남기업 회장이 무상으로 지어준 저택이었습니다. 잔디 깔린 마당이 있는 300평이 넘는 이 집을 거저 넘겨받으셨는데, 박 후보는 증여세 취득세 등록세 내지 않으셨습니다. 그야말로 그냥 받으신 것이지요." (이정희 후보)
박근혜 후보는 이정희 후보의 세금을 납부했느냐는 질문에 '단일화 사퇴 여부'를 거론하며 성북동 집에 대한 세금 납부 여부를 피해 갔지만, 사실 이 부분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라면 반드시 그 해명 여부와 경위를 설명해야 합니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는 전혀 여기에 대한 처지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말하지 않았지만, 꼭 검증해야 할 박근혜 후보의 성북동 집과 세금 납부 여부를 조사해봤습니다.
'박근혜 성북동 집, 대지 400평, 건평 300평, 시가 7억'
1979년 박근혜 후보는 10.26 이후 신당동 사저로 이사합니다. 그 후 1982년 성북동으로 이사하는데, 이때 성북동 집으로 이사한 이유를 박 후보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유품을 정돈도 하고 그럴 필요성이 생겼는데 신당동 집이 좁아서 꼼짝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2007년 경선 청문회 박근혜 후보 발언)
앞서 포스팅에서 밝혔듯이 신당동 집도(대지 99평, 건평 39평,방 5개) 일반 서민이 살기에는 전혀 좁지 않은 집이었습니다. 그러나 유신독재 기간의 유품이 얼마나 많았는지 박근혜 후보는 좁다며 결국 신당동 집을 떠나 성북동으로 갑니다.
청와대 넓은 곳에 살던 박근혜 후보에게 대지 99평,건평 39평, 방 5개 신당동 집은 좁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옮긴 성북동 집은 커도 엄청나게 컸습니다. 대지 400평에 건평 300평으로 당시 시가로 7억 원짜리 집이었습니다.
저택이라 불릴 수 있을 만큼 얼마나 컸냐하면, 1982년 박근혜 후보의 동생 박근영 (당세 28세)이 풍산금속 회장 유찬우씨의 장남 유청씨와의 결혼식을 성북동 저택에서 할 정도였습니다.
또한, 1970년대부터 성북동에는 삼성,현대,LG 등 굴지의 재벌가 사람들이 줄지어 살았고, 주한 외국대사의 관저들도 많을 정도로 부자동네로 유명했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소유했던 대지 400평에 건평 300평짜리 성북동 집은 한마디로 재벌들이 몰려 사는 동네에서도 보기 드물게 아주 커다란 저택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신기수는 왜 성북동 집을 박근혜에게 무상으로 줬을까?'
성북동 집은 경남기업 신기수 회장이 지어준 집입니다. 박근혜 후보는 신기수 회장이 성북동 집을 지어준 배경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아버지와 인연이 있던 분이니, 좀 도와주겠다는 생각으로 성북동에 집을 마련했으니까, 거기에 유품도 다 보관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이사를 가면 어떻겠느냐’는 제의가 있어서 받아들인 것” (2007년 경선 청문회 박근혜 후보 발언)
먼저 경남기업 신기수 회장이 누군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있는 듯한데, 1983년 45살의 나이로 26살의 여배우 장미희 씨와 약혼을 했던 인물입니다.
▲1983년 신기수 경남기업 회장과 장미희씨의 약혼소식을 보도한 경향신문.
경남기업 신기수 회장이 성북동 집을 지어준 배경을 박근혜 후보는 '아버지 박정희와 인연'이라고 주장하고, 신기수 회장은 전두환의 지시로 지어줬다는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신기수 회장은 박정희,전두환보다는 오히려 박근혜 후보와 더 인연이 깊은 사람입니다. 먼저 <신동아>에 나왔던 안기부 보고서의 요지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4년 안기부는 신기수 당시 경남기업 회장을 소환조사했다. 조사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면서 박근혜 관련 문제도 나왔다. 신기수는 1979년 박근혜 측근 최태민이 운영하던 구국봉사단의 운영위원이 되어 거액의 운영비를 냈고 10·26 이후엔 박근혜에게 성북동 자택을 지어줬다. 박근혜는 1980년 영남대 재단이사장이 된 뒤 신기수를 영남대 이사로 임명하는 한편 경남기업이 영남대 발주 공사를 맡도록 했다. 신기수는 공사 수주는 성북동 집을 지어준 것과 연관이 있다고 자백했다. 신기수는 인기 여배우 A양과의 관계, 박근혜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았다.” (신동아 2007년 7월1일 574호 발췌)
박근혜 후보와 신기수 회장 사이에는 박정희가 아니라 최태민 목사가 있었습니다. 최태민 목사가 주도한 구국봉사단에서 박근혜, 신기수 회장은 처음 만났고, 최태민 목사의 부정부패로 박근혜가 구국봉사단 총재로 취임할 때에도 신기수 회장은 구국봉사단 운영위원이었습니다.
구국봉사단을 시작으로 박근혜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신기수 회장이 있었습니다. 육영재단 이사장 시절에는 신기수 회장도 육영재단 이사로, 박근혜가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있었을 때는 정수장학회 이사로 등재됐습니다.
두 사람의 성북동 집에 관한 의혹이 생긴 배경에는 박근혜가 영남대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신기수 회장이 영남대학 이사로 있으면서 영남대학병원 본과 건물을 수주했던 점입니다.
박근혜 후보는 지난 1980년 29세의 젊은 나이에 단지 대통령의 딸이었다는 이유로 영남대 이사장에 취임합니다. 당시 이사진은 10.26과 박근혜 이사장 취임으로 대거 이사진이 교체되는데, 이때 신기수 회장도 영남대 이사로 취임합니다.
영남대는 1979년 지하 3층,지상13층,연건평 1만2,793평 규모로 의과대학과 병원을 짓는데, 이때 시공업체는 '한국건업주식회사'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1980년 영남대 재단 이사진 개편 등의 이유로 병원 공사는 중단됐고, 이후 경남기업으로 변경돼 다시 공사를 재개합니다.
1981년 건설사가 경남기업으로 변경될 당시 박근혜와 신기수 회장은 영남대 재단 이사였습니다. 객관적으로 성북동 저택을 지어준 신기수 회장이 공사를 시작한 1978년부터 박근혜 후보와 신기수 회장은 여러모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고, 1982년 성북동 집으로 이사할 당시에는 영남대 이사장과 이사로 끈끈한(?) 인맥을 잇고 있었습니다.
여러 정황으로 봤을 때, 박근혜 후보가 단지 '아버지와의 인연'을 강조하기에는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짜로 받은 7억원이 19억짜리 집으로'
박근혜 후보의 재산 신고에서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삼성동 주택입니다. 박근혜 후보의 삼성동 주택은 대지 1백 47평에 2층 벽돌주택(연면적 96평)으로 총 재산신고액 21억8,104만 원 중 19억4,000만 원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삼성동 주택을 구입하게 된 배경이 석연치가 않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경남기업 신기수 회장에게 무상으로 받은 시가 7억짜리 집을 1984년에 팔고 옥수동 26평 아파트를 4천6백 만 원에 구입합니다. 당시 박근혜는 동생 지만씨에게도 용산구 한남동에 아파트를 따로 마련해준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렇다면 거의 1억에 가까운 돈을 지출합니다.
그 후 장충동 집을 산 뒤 1990년 삼성동 현재의 자택으로 이사하는 데, 이 당시 장충동 집은 6억이고, 삼성동 자택은 시가 10억 짜리 집입니다. 차액 4억 원이 더 필요한 시기였지만, 그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아직 밝혀진 바 없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1982년 신기수 회장으로 받은 시가 7억 짜리 집을 무상으로 증여받으면서 증여세는 물론이고, 취등록세를 내지 않았다고 본인의 입으로 밝혔습니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경선 청문회에서 박근혜 후보는 성북동 집에 관련한 세금 납부를 묻는 질문에 "그때 법적으로 세금 관계나 모든 것을 다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신 회장에게) 그냥 믿고 맡겼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결국 박근혜 후보가 서류상 '매매'로 해놓고 증여받은 것이 확실하지만, 세금은 내지 않은 것이 됩니다.
만약 박근혜 후보가 지난 1982년 신기수 회장으로부터 받은 성북동 집에 대한 세금을 낸다면 얼마나 내야 하나 대략 계산해봤습니다.
▲ 단순히 시가 7억짜리 집을 증여받은 것으로 대략 계산한 것임.
시가 7억짜리 부동산을 취득할 때 내야 하는 돈은 2천5백만 원 가량인데, 납부지연일수가 있기 때문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무상으로 집을 받았기 때문에 증여에 해당할 수 있는데, 그럴 경우 대략 1억3천3백만 원 정도입니다.
이 두 개를 합치면 1억5천만 원 정도 되는데, 세무 전문가의 정확한 계산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18대 대선 후보들의 재산 및 납세액 현황. 출처:민중의 소리
박근혜,문재인,이정희 후보의 재산신고와 납부 세액을 보면 재밌는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제일 재산이 많지만, 세금은 가장 적게 냈습니다. 세금은 무조건 내는 것이 아니라 가구별 공제와 가구 수입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 부인이 일하지 않기에 공제를 받고, 이정희 후보는 남편도 변호사이기에 세금 공제가 적어 제일 많이 낸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는 배우자나 자식이 없는 박근혜 후보가 왜 이리 세금을 적게 냈을까요? 왜 이런 이상한 현상을 대한민국 언론은 파헤치지 않을까요?
박근혜 후보는 어제 열린 대선 2차 토론에서 5조 8천억을 '오쩜 팔조'라고 하기도 하고, 비자금,사채,마약,범죄 자금으로 불리는 '지하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박 후보의 이런 실수는 한두 번이 아닙니다.
“4라는 부분도 우선 세금을 걷는다고 달려들기 전 비과세 감면(축소) 등이 있고, ‘지하경제 활성화’로 투명하게 세원을 해서 10이라는 재원을 마련하겠다” (8월22일 기자 간담회, 박근혜 후보 발언)
'아이엠피터'는 작년 원고료가 늘면서 연소득 500만 원이 겨우 넘었습니다. 그런데 연소득 500만 원 이상이라고 기존에 5만 원 내던 건강보험료를 이제 8만 원씩 냅니다. 소득은 100만 원 늘었는데, 그중에 보험료만 40만 원을 더 내야 합니다. 원고료는 무조건 세금 공제를 해서 '아이엠피터'는 세금 탈루를 하려고 해도 절대 못합니다.
지하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세금을 탈루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자꾸 '지하경제 활성화'를 말하는 이유가 자신이 성북동 집을 무상으로 취득하면서 억대에 가까운 세금을 탈루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제 열린 토론 주제는 '경제민주화'였습니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소득대비 정당하게 세금을 내자는 마음이 담겨있어야 합니다. 정책을 실천하려면, 정책을 펼치는 사람 본인부터 세금을 법에 따라 납부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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