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육사발전기금 행사에서 육사 생도들의 사열을 받은 것을 두고 국민적 공분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공영방송사 등 상당수의 언론이 이 사건에 대한 보도를 누락하거나 마치 전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듯한 보도를 해 누리꾼들의 거센 비판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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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두환 전 대통령이 육사 발전기금 200억원 달성 축하행사에 부인과 함께 참석해 육사 생도들의 사열을 받고 있다. ⓒ JTBC 뉴스화면 캡처 |
지난 8일 중앙일보 종편 JTBC는 “5공 주역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설명과 함께 전 전 대통령의 육사생도 사열 장면과 축배 장면을 내보냈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살인마에게 사열을 하느냐” “육사 생도에게 쿠데타 교육을 시킨 것”이라며 분노하며 9일 저녁부터 10일 하루내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하지만 공영방송인 KBS와 유력 일간지인 <중앙일보>는 이 사건에 대해 침묵했다. 또 <조선일보>는 ‘국방부 “육사 생도행사 특정인 대상 아냐”’ 등의 제목으로 사건의 본질 보다는 마치 전 전 대통령을 대변하는 듯한 보도를 했다. <동아일보>의 경우도 ‘국방부 “육사 생도행사 특정인 대상 아냐”’ 제목의 기사로 사안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려는 듯한 보도를 했다.
파업중인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단신처리하는데 그쳤다. MBC는 하루 종일 쏟아진 국민들의 분노의 목소리는 한줄도 반영하지 않은채 “사열 논란이 일고 있다”, “생도들의 구호에 전 씨가 경례로 화답한 게 사열로 오해한 것”이라며 사건의 본질보다는 육군사관학교 관계자의 주장 등을 비중있는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최경영 KBS 새노조 공추위 간사는 1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KBS 보도국 책임자들의 역사관의 문제”라며 “이미 전두환에 대해서는 명확히 내란수괴, 쿠데타 수괴라는 것이 법적으로 결론이 나있는데도, ‘5공과 전두환을 어떻게 볼 것인지’, ‘추징금조차 29만원 밖에 없다고 안내고 버티는 문제는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토론과 합의가 돼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간사는 “사회공론의 장 역할을 해야하는 공영방송이라면, (현재 살아있는) 역사적 인물이 현재 논란이 될만한 정치적 행위를 한 이런 문제에 대해 당연히 팩트 중심으로라도 보도하고, 부족하다고 느끼면 토론해서 기획·심층보도해야할 일”이라며 “적어도 국민에게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물어볼 기회라도 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 간사는 특히 “김인규 사장 자체가 젊은 기자시절 전두환을 찬양했던 사람인데다, KBS 공사창립 1기로 입사해 20년간 KBS 정치부 기자생활을 통해 ‘KBS 정치부 기자’의 전통을 세운 사람”이라며 “그런 전통이 이어져 내려오면서 ‘권력을 잡은 이라면 누구든 정당하다’는 생각이 조직 곳곳에 스며들어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김인규 KBS 사장은 1987년 1월 민정당 창당 기념식 뉴스 등 여러 건의 리포트를 통해 전두환과 민정당, 5공 등에 대해 낯뜨거운 찬가 수준의 리포트를 한 사실이 지난 2009년 11월 사장 취임 직후 공개돼 기자로서의 도덕성에 대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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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저녁 방송된 SBS 8뉴스 화면 |
한편, 지상파 방송사 가운데서는 SBS만이 뉴스에서 이 사건을 제대로 다루어 눈길을 끌었다. SBS는 10일 저녁 <8뉴스>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과 5공 핵심인사들이 육사 생도들의 퍼레이드를 참관한 것에 대해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며 전 씨와 장세동씨, 이학봉씨 등 쿠데타 주역들과 육사 생도 퍼레이드를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또 전 씨가 생도들의 사열을 받는 장면과 관련해 SBS는 “육사 교장 옆에 서 있다가 생도들이 단상을 향해 경례를 하자 경례로 답해 사열과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고 전했다. 특히 전 씨가 육사발전기금으로 1000만 원을 낸 사실에 대해 “전 재산이 29만 원 뿐이라던 사람이 어디서 1000만 원이 났느냐”는 비난도 쏟아졌다고 전했다./진실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