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목포시, 부도 직전..."시비 없어 국비 반납 위기", 전시행정이 부른 참사
- "차려준 밥상도 걷어찼다"… 매칭비 483억 원 없어 확보한 국·도비 4,800억 반납 위기
- 빚더미 속 정신 나간 '빛' 잔치… "안전" 포장해 강행하는 목포대교와 애물단지 시설들
- 비상금 '사실상 고갈'… 시내버스 '밑 빠진 독'과 '전시행정'에 통합재정기금 600억 증발
- 1년 새 빚 2배 폭증해 전남 1위 '빚더미'… "사실상 파산 상태"
- 민생 예산은 난도질하면서 치적 쌓기만 급급… "책임자 문책하고 쇄신하라"
2026년 1월, 항구도시 목포가 침몰하고 있다. 빚더미 속으로 가라앉고 있다. 과거 ‘대한민국 3대 항 6대 도시’, 최근 ‘대한민국 4대 관광 거점도시’라는 화려한 간판 뒤에는, 곳간이 텅 비어 공무원들 월급 주기도 빠듯한 처참한 민낯이 숨겨져 있었다.
목포시가 사실상의 '부도(Default)' 위기에 직면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공무원들이 발로 뛰어 확보한 천문학적인 국비와 도비를, 정작 목포시가 보태야 할 분담금(매칭비/시비)이 없어 도로 토해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점이다.
시민들의 삶을 지탱할 복지와 도로포장 예산 등은 '재정 위기'라는 핑계로 무자비하게 삭감하면서도, 과거 수십 년 시장의 치적과 보여주기식 경관 조명 사업에는 수십, 수백억 원을 펑펑 써댔던 목포시 행정의 이중적인 행태를 고발한다.
1. "차려준 밥상도 걷어찼다"… 매칭비 483억 없어 국·도비 반납 위기
지방재정의 핵심은 '국비 확보'다. 전국의 모든 지자체장이 예산철만 되면 국회와 기획재정부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이유다. 그러나 목포시에서는 믿기 힘든 '행정 참사'가 벌어지고 있다.
본지가 목포시 해당 부서 등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목포시가 확보한 국비 및 도비 보조금 규모는 약 4,80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 예산을 집행하기 위해 목포시가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할 대응 투자비, 즉 '시비 매칭액' 약 483억 원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 국·도비 사업은 국가가 예산의 50~70%를 대주면, 지자체가 나머지 30~50%를 보태는 조건으로 진행된다.
지금 목포시는 전체 사업비를 굴리기 위한 '종잣돈'인 483억 원의 현금이 없어, 이미 확보해 둔 국·도비 예산을 쓰지도 못하고 반납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이로 인해 ▲노후 하수관로 정비 ▲도시계획 도로 개설 ▲청년 일자리 지원 사업 등 시민 생활과 직결된 알짜배기 사업들이 줄줄이 좌초될 위기다.
시민 A씨는 "시장이나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바뀔 때마다 국비를 역대 최대로 확보했다며 거리에 현수막을 도배하더니, 정작 우리 시가 낼 돈이 없어 그 돈을 다시 돌려줘야 할 판이라니 기가 막힌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이는 진수성찬 밥상을 차려줬는데 숟가락이 없어 굶는 꼴이자, 시민들에 대한 명백한 직무 유기"라고 성토했다.
더 큰 문제는 '페널티'다. 확보된 국비를 제때 쓰지 못하고 반납하면 중앙정부의 신뢰를 잃게 된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는 예산 집행률이 저조한 지자체에 대해 다음 연도 예산 배정 시 불이익을 준다. 목포시는 현재 재정이 고갈된 상태에서 미래의 돈줄까지 스스로 끊어버리는 최악의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2. 빚더미 속 정신 나간 '빛' 잔치… "안전" 포장해 강행하는 목포대교와 애물단지들
재정이 처참하게 망가진 상황에서도 목포시가 보여주는 예산 운용의 우선순위는 여전히 시민들의 눈높이와 동떨어져 있다. "돈이 없다"며 국비를 반납하는 와중에도, 목포대교 경관조명 사업은 슬그머니 규모만 줄여 결국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목포시는 목포대교 조명 개선에 약 96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계획했다가 "재정 파탄 지경에 제정신이냐"는 의회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취재 결과, 목포시는 이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 소관의 '교량 안전 및 시설 보강'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총사업비 37억 원(국비 50%, 도비 20%, 시비 30%) 규모로 예산을 재편성했고, 이미 시공업체까지 선정해 공사를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안전은 중요하다. 그러나 시민들은 묻는다. 당장 37억 원 중 목포시가 부담해야 할 시비 매칭액만 약 11억 원에 달한다.
부도 직전이라며 1~2억 원짜리 민생 예산도 삭감하는 상황에서, 과연 10억 원이 넘는 돈을 다리에 불을 밝히는 데(혹은 교량 시설물에) 쓰는 것이 시급한 '안전' 문제인지, 아니면 '관광용 경관' 사업을 '안전'으로 포장하여 밀어붙이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는 빚더미에 앉은 집주인이 "쌀 살 돈은 없다"면서도, 거실 조명이 어두워 위험하다며 기어이 수백만 원짜리 전등 공사를 벌이는 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역대 시장들의 치적용 사업으로 설치된 기존 시설물들은 여전히 '돈 먹는 하마'가 되어 목포시 재정을 갉아먹고 있다.
▲평화광장 춤추는 바다 분수는 2010년 최초 조성 당시 무려 135억 원이 투입된 초대형 시설이다. 하지만 목포시는 시설 노후화를 이유로 최근 85억 원을 추가로 들여 대대적인 시설 개선(리모델링) 공사를 강행했다. 사실상 새것을 짓는 수준의 막대한 세금을 붓고도, 앞으로 발생할 매년 수억 원대의 운영비는 고스란히 목포시의 몫으로, 시민의 혈세로 남게 되었다.
▲유달산 야간 경관조명 및 원도심 빛의 거리는 애초부터 '지속 가능한 관리'를 고려하지 않은 구조적 부실 사업이었다.
지난 2005년부터 조성된 유달산권 조명(초기 사업비 약 113억 원)은 최근 개선비로만 27억 원을 더 썼고, 매년 위탁 관리비와 전기료로 약 8,100만 원이 고정적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2006년 6억 5천만 원을 들여 설치했던 '원도심 빛의 거리'는 부실시공 논란 끝에 2009년 15억 원을 들여 재설치했으나, 초기 시공사 부도와 잦은 고장으로 막대한 보수 비용을 전액 시비로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영산강 하구언 인공폭포(만남의 폭포)는 2005년 조성 당시 26억 원을 투입했으나, 처음부터 과도한 에너지 비용 문제가 지적됐음에도 강행되었다. 결국, 지금은 전기료 부담 때문에 가동 시간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흉물처럼 방치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목포시는 이들 시설의 정확한 연간 유지비용을 '공원 관리비'나 '관광 시설 운영비'라는 포괄적인 항목 속에 숨겨두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시설들을 각각 유지하는 데만 매년 수십억 원의 혈세가 고정비(고정 지출)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추산한다. 빚을 갚으려면 고정 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목포시는 오히려 유지비가 많이 드는 시설을 늘리거나 화려하게 치장하는 데만 골몰했다. 이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의 폐해다.
3. 비상금 '사실상 고갈'… 시내버스 '밑 빠진 독'과 '전시행정'에 통합재정기금 600억 증발
목포시 재정이 이토록 처참하게 망가진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방만한 재정 운용의 중심에는 '목포 시내버스 문제'와 '무리한 대형 사업(전국체전 등)'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블랙홀이 자리 잡고 있다.
목포시는 지난 버스 파업 사태 이후, 시내버스 정상화와 준공영제 전환을 명분으로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었다.
민간사업자의 누적된 적자를 시민의 세금으로 메꿔주는 기형적인 구조 속에, 매년 수백억 원에 달하는 운영비 지원과 비상 수송비 등이 물 쓰듯 빠져나갔다. 말 그대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여기에 지난 2023년 전국체전 개최를 위한 대형 토목 사업에도 막대한 시비가 투입되면서 재정 출혈을 가속화했다.
이 과정에서 목포시의 비상금인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털릴 대로 털렸다.
본지 취재와 시의회 자료에 따르면,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약 700억 원 이상 적립되어 있던 기금은 2025년 하반기 기준 100억 원 상당으로 추락했다. 약 600억 원의 알토란 같은 현금이 버스회사의 적자를 막고, 화려한 행사를 치르는 사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지자체의 '저축 통장'이자, 재난·재해나 경제 위기 등 긴급 상황에 써야 할 '최후의 보루'다. 1조 원이 넘는 목포시 예산 규모를 고려할 때, 잔액 100억 원은 사실상 '잔고 바닥'이나 다름없다. 이를 대규모 행사 비용과 버스회사 지원금으로 헐어 썼다는 것은, 목포시 살림이 빚을 내어 생활비를 충당하는 '카드 돌려막기' 수준으로 전락했음을 의미한다.
비상금이 바닥났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앞으로 태풍이나 집중호우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하거나, 긴급한 비상사태가 닥쳤을 때 목포시가 즉각 대응할 여력이 '제로(Zero)'에 가깝다는 뜻과 같다. 목포시의 안일한 행정이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 안전벨트마저 끊어버린 셈이다.
4. 1년 새 빚 2배 폭증해 전남 1위 '빚더미'… "사실상 파산 상태“
지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목포시의 채무 성적표는 전라남도 22개 시·군 중 '부동의 1위(최악)'를 기록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가파른 빚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300억 원대였던 지방채(빚) 발행 규모는 2024년을 거치며 800억 원에 육박할 정도로 폭증했다. 불과 1년 사이에 빚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시민 1인당 채무액은 전국 기초지자체 평균을 훨씬 상회한다. 이제 목포시는 원금은커녕 이자 갚기에도 급급한 실정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방세 수입은 줄어들고 정부 교부세마저 감소한 상황에서, 고정 지출은 줄지 않고 빚만 늘어나는 전형적인 '부도 직전 기업'의 재무제표를 보여주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목포시의 예산 대비 채무 비율과 통합재정안정화기금 고갈 상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만약 '지방재정 위기 단체'로 지정된다면 목포시는 재정 편성과 집행 권한(재정주권)을 박탈당하고 중앙정부의 간섭과 통제를 받게 된다.
이는 지방자치단체로서의 사망 선고나 다름없으며, 과거 타 지자체들이 겪었던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선언의 악몽이 목포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5. 역대 시장들의 치적 쌓기에 민생 예산은 '난도질'… "실무책임자 문책과 뼈를 깎는 쇄신뿐“
상황이 '부도 위기'에 직면했음에도, 목포시 공무원 조직의 대응은 안일하기 짝이 없었다.
집행부는 이번 예산 편성 과정에서조차 소모성 축제와 행사 예산을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유지하려 했고, 결국 시의회의 칼질을 당하고서야 삭감하는 시늉을 보였다.
방만한 행정의 대가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고통으로 전가되고 있다. 확정된 2026년 본예산을 뜯어보면, 경로당 운영 지원, 소규모 주민 숙원 사업(도로·하수도 정비), 사회취약계층 지원 등 시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 밀착형 예산'은 대폭 삭감되거나 제자리걸음을 했다.
고물가 상황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지원이 끊긴 것이나 다름없다. 당장 동네 가로등이 꺼져도 부품 살 예산이 없어 수리를 미루고, 파손된 도로를 방치해야 하는 '식물 행정'이 현실화될 위기다.
전문가들은 이번 재정 파탄이 갑작스러운 사고가 아닌, 예견된 인재(人災)라고 입을 모은다. 민선 7, 8기를 거치며 누적된 ▲치적 쌓기용 대형 토목 공사 ▲사후 관리비 폭탄을 안긴 보여주기식 경관 사업 ▲그리고 밑 빠진 독이 된 시내버스 문제에 대한 미봉책들이 겹쳐 '재정 불능' 상태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과거의 화려한 치적이 현재의 복지를 갉아먹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지금 목포에 필요한 것은 유달산의 화려한 조명이 아니다. 당장 전기료 걱정에 떠는 서민들의 어두운 방을 비춰줄 행정의 눈길이다. 목포시장과 집행부는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재정위기의 실상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진정성 있는 행정을 집행해야 한다.
모든 신규 사업을 중단하고, 예산의 우선순위를 철저히 '시민 안전'과 '복지'에 두는 '제로 베이스(Zero-base)' 재검토가 시급하다.
무엇보다 책임 규명이 선행되어야 한다.
483억 원의 매칭비가 없어 4,800억 원 상당이라는 천문학적인 보조금(국비 및 도비) 반납 위기에 몰아넣은 무능한 예산 편성과 정책 결정 라인에 대해 철저한 감사를 실시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제, 뼈를 깎는 쇄신 없이는 목포의 내일은 없다. 시민들은 화려한 청사진이 아닌, 처절한 자구책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냉철한 감시만이 추락하는 목포를 멈춰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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