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 오늘에서야 한다.
법원·검찰의 소위 차관급 대우에 관한 이야기다.
검찰부터 이야기하자. 지금 검사들 중엔 차관급 대우를 받는 검사장들이 50명에 가깝다. 일반적으로 중앙행정기관의 차관급이 1-2명에 불과한 것을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법적 근거도 희박하다. 이들은 월급, 여비, 관용차 제공 등 각종 예우를 차관급에 준해 받고 있다. 검사들이 누리는 특권이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 차원에서 이런 대우를 과감히 없애야 한다.
관용차 등의 예우는 각급 검찰청의 장이 된 경우에 한해 제공되어야 한다. 기관장이 아닌 검사들에게 관용차를 제공하는 것은 국민들 앞에서 목에 힘주고 폼 재라는 것에 불과하다.
도대체 법무부 검사들이, 검찰청 수사검사들이 왜 관용차로 출퇴근하는가. 관용차는 업무 중에 공무를 수행하는 경우 배차해 주면 된다. 그 때 품위 있는 차를 타고 가면 되지 않는가.
차제에 검사장이라는 이름도 정확히 이해했으면 좋겠다.
검사장이란 과거 검찰청법에서 검사들의 직급적 개념이었다(검사-검사장-고등검사장-검찰총장).
그러나 현재 검찰청법은 이런 직급을 폐지하고 검사를 검사와 검찰총장으로만 나눠 놓았다.
검사장은 단지 각급 검찰청의 기관장 직명일 뿐이다. 따라서 기관장이 아닌 검사들(소위 대검검사급 검사)에게 검사장이란 호칭을 붙이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그들에게 기관장에 따른 예우를 제공하는 것은 검찰청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
예컨대, 법무부 검찰국장을 검사장이라 부르는 데 그것은 잘못이다. 검찰국장은 직급상 검사이다. 검사장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장과 같은 각급 검찰청의 1인자를 의미하는 것이다.
차제에 검찰청법을 바꿔 검사장이란 직명도 없앴으면 좋겠다. 검사장이란 말은 사실 우리말이 아니다. 이것은 일본 검찰청법에서 온 것이다.
일본에선 검사장이 직급이자 직명(고등검찰청의 장)이다(지방검찰청의 장은 검사정이라고 함). 과거 우리나라는 일본을 따라 검사 직급과 직명에 검사장을 사용했는데, 현재는 직급에선 검사장을 없앴음에도 직명으론 그것을 그대로 쓰고 있다.
검사장이란 직명을 없애자는 것은 경찰, 소방, 교정 등 계급적 직급을 가지고 있는 기관과의 형평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서울지방경찰청의 장은 ‘서울지방경찰청장’이라고 부르는데,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장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이것은 소방청, 교정청을 생각해 봐도 똑 같다.
서울지방경찰청의 장을 공식적으로 이렇게 부른다. “서울지방경찰청장 치안정감 김정훈”. 이와 같이 검찰청의 장도 부르면 이렇게 불러야 한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 검사 윤석렬”. 훨씬 자연스럽지 않은가?
법원의 차관급도 마찬가지다. 현재 차관급 대우를 받는 판사들이 전국적으로 200명에 가깝다.
각급 법원장과 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차관급 대우를 받는 것은 법관들의 특권이다. 권위는 인정해 주어야겠지만 이런 식으로 대우하는 것은 국민들이 동의할 수 없다.
관용차 등의 예우를 받는 법관들은 법원을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각급 법원장에 한해야 한다. 법원에서 재판하는 법관에게 왜 기사가 운전하는 관용차를 제공하는가.
출퇴근 외에는 하루 종일 법원 주차장에 세워두는 차가 아닌가. 그런 식으로 예우를 해주지 않아도 법원에서 재판을 잘하면 국민들은 법관들을 예우하고 존경할 것이다.
주권자들이 내는 세금을 검사나 법관의 차관급 예우를 위해 사용할 수는 없다. 법조에 있는 허풍을 과감하게 빼야 한다. 나는 그게 검찰개혁 그리고 법조개혁의 출발점이라 본다.
박찬운 /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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