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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주식 메카시즘, 국민 절반이 공산주의자?
야당 전투력의 현주소, 고영주 처리 결과 보면 안다.
 
임두만 기사입력  2015/10/10 [09:32]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발언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나라 전체가 목하 해방 후 좌우갈등 시기와 같아지는 것 같다. 이는 친일파가 친일파로 단죄 될 위험을 느끼자 미군정에 협조하는 방법으로 생존, 자신들을 단죄하려는 민족주의 독립운동가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좌우 갈등을 일으키고 살아남아 기득권이 된 것과 유사하다.

▲공산주의자 발언 파문의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팩트티비 화면 캡쳐)

박정희 전두환 정권 부역자들은 1987년 민중항쟁 후 군부독재 정권이 단죄되면서 설 자리가 없었다. 특히 김영삼 정권 당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까지 사법적 단죄를 받은데다 이후 김대중 정권이 들어설 정도로 국민적 감정은 좌우대립이란 이념전쟁에서 해방되어 갔다. 사회의 이 같은 변혁은 그러나 친일파 후예임을 감추기 위해 보수우파로 위장한 이들에겐 불편한 변혁이었다. 이념 전쟁이라야 기득권을 누릴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므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래서 이들은 김대중 노무현 10년 동안 새로운 이념무장을 시도했다. 이른바 뉴라이트 운동이다. 이 뉴라이트 운동은 기존 독재정권 부역자들이 뒤로 빠지고 새로운 얼굴들로 바꿔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는 친일파들의 논리나 이념을 다시 세팅한 것이었다.

이후 이렇게 세팅된 조직을 키운 이들이 이명박을 앞세워 정권을 잡는다. 그리고 앞서 기득권을 누렸던 친일파이면서 우파 탈을 쓴 이들이 다시 나서면서 노골적 이념전쟁 판으로 만들어 간다. 일베현상도 이 현상이며 이들의 숙주가 바로 고영주 같은 지식인 그룹이다.

다시는 권력을 빼앗기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이들은 정권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무기가 이념전쟁임을 공유하고 있다. 북한의 위협은 이들에게 좋은 숙주다. 북한 김정은 정권도 마찬가지로 남쪽의 반북정서 확산이 정권유지에 가장 좋다. 전쟁위협을 통한 국민일체화 현상은 통치그룹이 피통치자들을 제압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무기라서다.

박근혜 정권 들어 이들은 더 기승을 부린다. 고영주 관련 기사의 포털 댓글들이 이를 증명한다. 백색 테러에 동원해도 될 만한 포털의 뉴스 댓글러들, 이들은 홍위병 그룹이다. 친노 홍위병 그룹은 숫자로 뭉친 세력 싸움에서 이들과 게임이 안 된다. 이미 일베 등에서 양성된 이들 홍위병들은 친노 홍위병들을 포털에서 제압한지 오래다. 따라서 변희재 정미홍 강용석 등 일베 여론 주도층은 이 현상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고영주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금 포털의 영웅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7일 오전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해임촉구결의안을 낸다는 목표로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또 의총 후 고영주가 해임 때까지 당 차원의 규탄대회 등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새정연으로서는 이 싸움이 물러날 수 없는 한판이기 때문이다.
▲7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긴급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고영주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새정치민주연합 홈페이지

고영주는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한다”는 발언에서 물러나기는커녕, 한발 더 나아가 “노무현은 변형된 공산주의자”라고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말했다. 문재인을 당 대표로 하고, 노무현을 절대존엄으로 추앙하는 야당이 이를 용납한다는 것은 곧 자신들 전부가 공산주의자이거나 공산주의자들을 추종하는 세력임을 자임하는 것이다. 이는 또 현 야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무현은 전체 유권자 48.9%의 득표로 46.8%를 득표한 이회창을 물리치고 대통령에 당선, 5년간 대한민국을 통치했다. 고영주의 주장대로라면 우리 국민 48.6%는 공산주의자를 대통령으로 지지한 셈이 된다. 이에 그 5년은 ‘변형된 공산주의자 노무현’이 임명한 검찰총장, 국정원장, 경찰청장, 군기무사령관, 군정보사령관 등이 이 나라 모든 정보를 독점했던 ‘공산주의자’들의 세상이었다는 것도 된다. 문재인도 지난 선거에서 48%를 득표했다. 그러나 상대였던 박근혜가 51.6%를 득표했기에 낙선했다. 노무현 득표율 48.9%와 문재인 득표율 48%의 차이는 0.9%다.

결국 고영주의 주장대로라면 대한민국 유권자 48%는 ‘공산주의자’를 지지하는 유권자다. 다른 점이 있다면 ‘변형된 공산주의자 노무현’을 지지한 수는 48.9%, ‘그냥 공산주의자 문재인’을 지지한 수는 48%이므로 0.9%가 공산주의자에서 전향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가? 우리 국민 절반에서 2%만 빼고 모두 공산주의자이거나 공산주의자를 추앙하는가? 이런 말을 국회에서 당당하게 하는 공공기관장을 용인하는 야당? 그렇다면 그런 야당은 우리에게 필요 없다. 야당후보 지지 48%를 공산주의자라는데 우린 공산주의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발언만이 아니라 그동안 고영주의 행보를 보면 그는 매카시즘의 신봉자다. 이런 사람이 공영방송사 사장의 임명권이 있는 공익기관 대표라면 그 기관은 공익기관이라고 할 수 없다.

MBC는 공영방송이다. ‘공영방송’이란 사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 공동의 유익을 위해 존재’한다. 그 국민은 노무현 문재인을 찍은 48%도 당연히 포함된다. 이들도 MBC를 통해 유익을 얻어야 한다. 그런데 노무현과 문재인을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하는 고영주가 MBC를 감독하는 기관의 수장으로 있다면 이 방송이 이 48%까지의 유익을 위해 복무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이 기관의 수장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48%가 배제된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박근혜는 당연히 고영주를 징치해야 한다. 이게 답이다. 결국 이런 답을 얻을 수 있는 전투력을 새정치민주연합이 갖고 있느냐의 싸움, 이 싸움의 끝이 우리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느냐가 된다. 그런데 고영주가 당당하게 국회에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이유는 버틸 자신이 있어서다. 야당이 어떤 압력을 행사해도 박근혜가 자신을 지킬 것이라는 자신감, 이 자신감이 당당하게 노무현도 문재인도 공산주의자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야당의 전투력이 이 싸움의 결과에 달렸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2005년, 당시 여당 열린우리당은 ‘4대개혁입법’(국가보안법·과거사법·언론개혁법·사립학교법) 개폐에 정권을 걸었다. 당연히(?)한나라당은 이를 ‘4대악법’으로 부르며 저항했다. 열린우리당은 결국 국가보안법 등에는 손도 못 대고 사학법 하나만을 처리했다. 개정된 사학법의 골자는 개방형 이사제 도입, 대학평의원회 설치 의무화, 법인이사회 회의록 공개, 법인 임원의 인적사항 공개 등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사학 재단들의 반대를 등에 업고 이도 받지 않았다.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2월 9일 열린우리당은 사학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했다. 즉각 반발한 박근혜는 장외투쟁을 선언했다. 앞서 국가보안법 등의 극력저항에 밀린 열린우리당이 원내과반 여당의 체면이라도 챙길 수 있는 힘을 보여준 것이 사학법 강행통과였는데 박근혜는 이것까지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 2005년 서울 명동에서 열린 한나라당 장외투쟁 현장의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2005년 12월 13일, 명동에서 시작된 한나라당 장외투쟁은 이듬해 1월까지 전국을 순회하면서 이어졌고 국회는 53일 동안 파행했다. 12월 1월의 한겨울 한파에도 거리의 한나라당은 강경했다. 모든 국회의 회무는 중단되었다. ‘민생입법’같은 말도 이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과반 여당의 항복만이 이들을 장내로 불러 올 수 있었다. 후일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 이렇게 썼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망연자실했다. 사학법이 어떤 법인가? 우리 아이들의 앞날과 우리 교육의 미래가 걸려 있는 법 아닌가? 그 자리에서 나는 비장한 결의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이 땅의 부모들과 함께 사학법 반대투쟁에 나서겠습니다’라고 선언했다. (중략) 사학법은 우리 아이들에 관한 문제로서 아이들의 생각이 달라지면 나라의 근본이 달라진다. 이런 중대한 사안을 여당이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데는 더 이상 인내할 수 없었다”

장외투쟁이 길어지면서 민생을 챙기자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지적이 나오자 박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나라의 정체성을 뒤흔들어놓는 법은 절대 통과돼서는 안 되며, 법의 뿌리가 허물어지면 대한민국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는 걸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한나라당에 대한 여론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더라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는 의지로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당시 장외투쟁 연설 내용의 핵심은 이렇다.

“년간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은 온 국민에게 추위를 안겼다. 지난 3년 동안 우리나라는 추운 겨울이었다. 편 가르기·부정부패·무능으로 추운 겨울이었다. 이 정권은 봄의 새싹을 틔울 희망마저 없다. 다수 횡포로, 폭력으로 밀어붙여서 열린우리당이 날치기한 것은 우리 교육이고 아이들의 미래, 그리고 헌법정신이다.”- 12월 13일

“이 정권이 경제를 살렸나, 국민을 편안하게 했나, 외교를 잘했나, 다 망치고 이제는 교육마저 망치려 하고 있다. 현 정권은 나라를 무너뜨리는 '파괴정권'이다. 한없는 걱정으로 비통한 심정이다.” - 12월 16일

박근혜와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은 이듬해인 2006년 1월 30일 여야 원내대표가 북한산 산행을 하며 가진 회담과 함께 끝났다. 당시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와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북한산에서 산상 회담을 열고 열린우리당은 사학법 재개정 요구를 수용하고 한나라당은 국회 등원을 약속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국회 등원을 거부한 지 53일만이었다.

앞서 거론했지만, 당시 박근혜는 이회창을 지지한 46.8%의 유권자들이 국가보안법 존재를 원한다는 이유로 노무현 정권의 국보법 폐지 또는 개정을 극력 반대하므로 국가보안법을 건드리지도 못하게 했다. 그리고 열린우리당이 4대개혁입법 중 마지노선으로 지키려 했던 사학법마저 후퇴하게 만들었다. 같은 맥락이라면 문재인은 자신을 지지한 48%의 유권자가 공산주의자 또는 공산주의자를 지지한 유권자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고영주 몰아내기가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한다. 자신 문제가 아니라 48%의 국민 문제다.

지금 문재인은 2005년 12월 16일 박근혜가 했던 연설 그대로를 받아 되치기를 해야 한다. “이 정권이 경제를 살렸나, 국민을 편안하게 했나, 외교를 잘했나, 다 망치고 이제는 교육마저 망치려 하고 있다. 현 정권은 나라를 무너뜨리는 ‘파괴정권’이다.”를 그대로 가져다 “이 정권이 경제를 살렸나, 국민을 편안하게 했나, 외교를 잘했나, 다 망치고 이제는 국민 절반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처단하려 하고 있다. 현 정권은 나라를 무너뜨리는 ‘파괴정권’이다.” 라고 말해야 한다.

문재인이 앞장서서 자신을 공산주의자라고 말하고 노무현을 공산주의자라고 말한 고영주를 용납하려는 이 정권의 기도를 깨뜨려야 한다. 그래서 고영주는 물론 이념적 편가르기로 정국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이들의 암수가 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정권교체도 총선승리도 희망을 말할 수 있다. 이마저도 유야무야라면 정말 이 야당은 우리에게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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