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게 보장해 준 권리 중 하나가 국정조사권이다. 주요 현안과 의혹이 있는 사안에 대해 진상규명과 조사를 벌일 수 있는 권한이다. 통상적으로 특위를 구성해 진행한다.
헌법 제61조
①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거나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하여 조사할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서류의 제출 또는 증인의 출석과 증언이나 의견의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
국정조사, 비공개 진행 가능성도 있다
국정조사는 공개 진행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2조에는 전면 비공개 혹은 부분적 비공개가 가능하도록 명시돼 있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2조(공개원칙)
감사 및 조사는 공개로 한다. 다만, 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
국회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국민이 나서야 한다. 이번이 그런 경우다. 국민이 감시자가 돼서라도 민주주의 헌정질서의 근간을 뒤흔든 국정원 정치공작 사건의 진상이 규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국정조사 전면 공개가 필요하다.
공개 진행돼야 할 이유가 있다. 역대 국정조사가 어떻게 운영돼 왔는지 살펴보면 그 이유가 명확해 진다.
민감한 정치적 사안, 여야 대립 심할 경우 파행으로 치달아
국회 국정조사권은 1989년 민주화 항쟁의 산물이다. 1948년 제정됐다가 유신독재 체제가 출범하며 폐지됐던 국정조사권이 대통령 직선제 개헌으로 부활한 것이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80여건의 국정조사 요구서가 발의됐으며, 이중 조사계획서가 채택된 건 20건이다.
20건 가운데 국정조사가 정상적으로 실시 돼 결과보고서까지 나온 경우는 8건에 불과하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거나 여야가 대립하며 진행된 국정조사는 파행으로 끝나기 일쑤였다.
13~16대 국회 당시 실시됐던 국정조사 가운데 ‘15대 총선 공정성’ ‘평화의 댐’ ‘율곡사업’ ‘조폐공사 파업유도’ 등에 대한 국정조사는 여야의 극심한 충돌로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고 공방만 벌이다가 끝났다.
반면 정치적 공방이 적었던 ‘삼풍백화점 붕괴’ ‘IMF 외환위기 규명’ ‘공직자 세금 부정’ 등에 대한 국정조사에서는 그나마 보고서까지 채택하는 성과가 있었다. 국정조사의 성패는 여야 위원들의 의지와 여야간 대립이 어느 정도인가에 달렸다는 얘기다.
17~18대 국회에서도 이런 현상은 똑같이 관찰된다. 여야가 대립하며 진행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쌀 직불금’ ‘쌀 관세화 유예 연장’ 등에 대한 국정조사는 파행으로 끝났으나, 여야 간 충돌이 비교적 적었던 ‘김선일씨 피살 사건’ ‘저축은행 비리’ 등에 대한 국정조사는 끝까지 완주하며 전체일정을 소화했다.
국정조사 특위 위원 절반 국정조사 극력 반대파
전면 공개로 진행돼야 하는 이유가 또 있다. 국정조사 특위 위원 중 절반 가까이가 국정원 국정조사 실시에 반대하는 의원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국민 감시 없이 비공개로 진행될 경우 파행은 불 보듯 뻔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특위 위원 9명(권성동, 김재원, 김태흠, 조명철, 윤재옥, 김진태, 이장우/이철우·정문헌 의원은 사퇴) 중 7명은 국정조사 실시에 대해 대놓고 반발하는 이들이다. 나머지 2명 또한 내용적으로 반대 입장에 서있다.
권성동 의원은 특위 여당 간사인 관계로 마지못해 찬성 입장을 표명하고 있으나 애당초 반대를 해왔던 인물로, 국정조사에 합의한 여야 원내대표의 결정이 “법을 위반해서 정한 합의이기 때문에 원천 무효”라고 주장한 바 있다. 김재원 의원은 “NLL 포기 국정조사를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와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며 국정조사 물타기의 선봉장 역할을 해왔다.
김진태 의원은 국정원 사건 수사를 맡았던 검사가 운동권 출신이고 지적하며 종북몰이에 나서기도 했고, 김태흠 의원은 “국정원 사건의 본질은 야이 자행한 국정원 여직원 인권유린과 국정원 전현직 직원 교사사건으로 국기를 문란시킨 건 민주당”이라고 주장한 인물이다. 윤재옥 의원은 지난 2일 실시된 국정조사계획서 안건 채택 표결에 반대표를 던진 사람이다.
▲진선미, 신경민, 김현 의원정문헌, 이철우 두 의원 또한 대표적인 국정조사 반대파다. 국정원 게이트를 국민에게 알린 김현·진선미 두 민주당 의원을 국정조사 특위에서 밀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9일 위원직을 사퇴했다. 사퇴한 두 의원 대신 검찰 출신인 경대수, 김도읍 의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적용한 혐의사실을 적극 부인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누리 특위위원은 국정조사 깨기 위한 미션 수행팀?
국정조사를 깨서라도 박 대통령과 당에 충성하려는 이들이다. 국정조사를 망가뜨리려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팀으로 보인다. 국정조사계획서 안건 표결(2일)에서 여당 위원 7명이 반대하거나 불참했다.
벌써 파행 조짐이 보인다. 정문헌·이철우 등 여당 특위의원이 야당 위원인 김현·진선미 의원 퇴진을 주장하고 나섰다. NLL 의혹제기 당사자인 정 의원과 국정원 출신인 이 의원에 대해 특위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는 여론이 높았다. 그러자 자신들이 물러나면서 김현·진선미 두 야당 위원을 물귀신처럼 물고 늘어진 것이다.
국정원 여직원 인권유린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이니 제척사유에 해당한다며 동반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특위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김현·진선미 의원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파헤친 주역”이라며 “국조를 방해하려고 국조계획서 안견 표결에서 기권(정문헌)과 반대표(이철우)를 던진 이들과 도매금으로 처리하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자 특위위원이자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인 김태흠 의원은 “김현·진선미 두 의원이 빠지지 않으면 국정조사 못한다”며 야당을 압박했다. “국정조사 실시계획서 의결을 위해 10일로 예정된 전체회의는 어떻게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마디로 없다”고 잘라 말했다.
두 가지 노림수을 염두해 둔 포석이다. 야당 특위위원 중 국정원 게이트에 정통한 두 의원을 특위에서 빼내는 효과를 얻는 동시에, 야당의 반발을 이용해 최대한 시간을 끌려는 수작일 것이다.
벌써 파행 조짐, 국민이 감시자 돼야 한다
새누리당이 국정조사에 진정성이 없다는 정황도 나오고 있다. 특위 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이 국정조사 일정과 조사범위, 증인채택 등 해결해야 할 일들을 그대로 둔 채 국정조사 기간 동안 4박 5일 외유를 다녀와 논란이 되고 있다.
▲김재원, 권성동 의원정청래 민주당 간사는 “관련 논의를 위해 여당 간사인 권 의원과 연락을 계속 취했지만 접촉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뒤늦게 권 의원이 외유 중인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권 의원은 ‘국회의원 및 사회지도층 항일 전적지 탐방’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위에 참여한 여당 의원들은 국정조사 자체를 반대하는 이들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정상적인 국정조사를 방해한다거나, 시간을 끌기 위해 온갖 트집을 잡을 게 분명하다.
국민의 감시가 없다면 여당의 방해공작은 극에 달할 것이다. 여당 특위 위원들의 트위터나 페북 계정에 공개 진행을 요구하는 글을 보내서라도 관철시켜야 한다. 국민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한 때다./진실의길http://poweroftruth.net/ /폭로닷컴http://www.pokr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