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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후보 |
지난 23일 후보직에서 전격 사퇴한 안철수 전 후보가 오늘(28일) 모습을 드러냈다. 3일간 지방에서 휴식을 취한 후 26일 상경한 그는 오늘 낮 캠프 인사들과 점심식사를 같이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자신의 거취문제를 두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할 때 개인의 입장이 아니라 지지해 주신 분들 입장에서 판단하겠다”고 밝히고는 다시 지방행에 올랐다고 한다.
그는 당초 어제(27일) 치러질 예정이었던 캠프 해단식 참석차 올라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캠프 해단식은 당분간 연기됐다. 전날(26일) 오후 안철수 지지자로 보이는 한 남성이 캠프 인근 빌딩 옥상에서 자살소동을 벌여 분위기가 뒤숭숭한 탓이었다. 지지자들 가운데는 ‘후보 사퇴’ 후유증이 적지 않다고도 한다.
어제 밤 문재인 후보가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대선 출정식을 겸해 첫 서울지역 유세를 가졌다. 일각에서는 이 자리에서 안 전 후보와의 회동이 점쳐지기도 했다. 휴식차 지방에 내려가 있던 안 후보가 서울로 올라온 터였다. 게다가 이날 두 사람의 회동은 상징적인 효과가 적지 않을 걸로 기대돼 회동 성사 여부가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어떤 연유에서인지 두 사람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후보등록을 마치고 본격 선거전에 뛰어든 문재인 후보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안철수에 대해 감사 표시와 그의 정신을 잇겠다고 밝히고 있다. 비록 ‘아름다운 단일화’는 이뤄내지 못했지만 안철수의 후보 사퇴로 단일후보가 됐으니 문재인으로서는 감사해야 할 일임은 분명하다.
선거 초반부터 ‘과거세력 대 미래세력’으로 박근혜 후보와 각을 세우며 기선잡기에 나선 문재인 캠프로서는 안철수의 도움이 절실한 실정이다. 안철수야말로 ‘미래세력’의 상징으로 불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뜻 안철수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개운치 않게 끝난 단일화 협상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문재인은 속이 탄다.
그러나 이에 호응하는 안철수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쓰다달다 뚜렷한 입장 표명도 없다. 안철수는 자신의 거취를 두고 “지지자 입장서 거취 판단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로선 당장은 이런 말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사퇴 후 일부 지지자들 가운데는 ‘멘붕’ 상태에 빠진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엊그제의 자살소동도 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정당기반이 없는 안철수로서는 오직 하나 지지자들의 열정과 힘을 믿고 선거에 뛰어들었다. 그런 만큼 지금의 그로서는 지지자들이 갖고 있을 좌절감, 실망감, 패배감 같은 것을 어루만져주는 배려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문재인을 돕는 문제는 안철수로서는 당장은 시급한 것이 아니다. 그 문제는 차후의 일일 것이다.
비록 ‘흔쾌한 지지’는 아니었을지라도 안철수는 어떤 형태로든 문재인을 돕기로 사퇴선언문에서 천명한 바 있다. 비록 ‘백의종군’이긴 하지만 그는 ‘종군(從軍)하겠다’고 밝혔으며, “문재인 후보께 성원을 보내달라”는 말도 빼먹지 않았다. 그 시기와 방법을 두고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듯하다. 모르긴 해도 지지자들의 정서를 고려한 형태가 되지 아닐까 싶다. 크게 티가 나지 않으면서도 도움은 되는 그런 방식 같은 걸로.
일부 예상된 것이긴 하지만 안철수 사퇴 후 그의 지지자 가운데 더러는 박근혜 지지나 부동층으로 옮겨간 것으로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애시당초 안철수 지지자 가운데 상당수는 기존 정치에 비판적이었고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에 대해 실망감을 느꼈을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귀결일 수도 있다. 향후 이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는 후보들 하기 나름일 것이다.
따라서 문재인은 안철수는 빼놓고, 즉 안철수의 지원을 감안하지 말고 혼자 선거를 치른다는 자세로 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야권 단일후보로서 응당 취해야 할 자세도 자세거니와 그래야만 안철수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날 것이라는 얘기다. 야권후보 단일화의 한 축이었던 안철수에게 동반자 의식이 남아 있는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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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명: 산사의 고독, 작가: 주현, 제13회 미술대전 입선(2003년) |
보도에 따르면, 안철수는 지난 3일간 전남 여수의 처가와 부산 본가, 그리고 해남 땅끝마을을 찾아 휴식을 취했다고 한다. 뭐라고뭐라고 해도 힘들 때 찾아가서 위로받기에는 피붙이만한 게 없다. 그런데 그가 찾아간 곳은 전부 다 묘하게도 바닷가다. 찬바람 부는 겨울 바닷가는 눈물을 감추기에 딱 좋은 곳이다. 후보사퇴 선언 때 꾹 참았던 눈물을 거기서 다 쏟고 왔지 싶다.
오늘, 안철수는 캠프 간부들과 점심을 함께 한 뒤 다시 길을 떠났다. 그곳이 어딘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에는 겨울파도가 일렁이는 바닷가는 아니지 싶다. 저녁밥 짓는 연기 피어오르는 한적한 시골동네나 노승이 식솔 서넛 데리고 게으른 하루일과를 보내는 작은 산사 같은 델 찾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격정의 카타르시스’보다는 평안한 가운데 ‘원려(遠慮)의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 잘 익고 더 굳건해져서 돌아오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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