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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가 폭탄 수령한 호텔, 실지로는 없었다
[기획연재-14] 유고 베오그라드엔 ‘메트로폴리탄 호텔’은 없고 ‘메트로폴 호텔’ 뿐
 
신성국 기사입력  2012/08/23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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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현희를 괴롭히는 스토커가 아니다. 진정으로 김현희의 행복을 바라고 그녀가 어둠에서 벗어나 밝은 빛 속에서 떳떳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이제부터라도 김현희가 숱한 거짓을 인정하고 진실 앞에만 선다면 피해자 가족들과의 화해는 눈 녹듯이 풀릴 것이기 때문에 이를 중재하고자 끊임없이 진실을 캐묻는 것이다.

KAL858기 사건의 결정적 문제점은, 전적으로 김현희의 ‘진술’에만 의존해서 수사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물적 증거가 아닌 한 사람의 진술에만 의존했던 수사를 어떻게 받아 들일 수 있는가.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진술이라는 것도 여러차례에 걸쳐 바뀌고 많은 내용들이 수정되고, 심지어는 거짓으로 조작되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든다면 김현희가 KAL858기 폭파를 위해 시한폭탄을 받았다는 호텔에 관한 사실 관계이다.

‘김현희는 11월 27일 19;00경 두 최(최 과장, 최 지도원)가 메트로폴리탄 호텔을 방문하여 객실에서 10여분간 체류하였는데, 이때 최 과장으로부터 라디오로 위장한 시한폭탄과 약주병으로 위장한 액체 폭발물을 전달받았다고 진술하였다’ (수사기록 878쪽-4회 김현희 자필 진술서)
‘비행장 출국 수속을 마치고 하오 2시쯤 탑승하여 하오 6시쯤 유고 베오그라드에 도착하였다. 택시를 타고 메트로폴리탄 호텔에 도착해 휴식하였다.’ (1987년 12월 28일 진술인 김현희)
김현희 일행이 유고 베오그라드에서 북한 간부로부터 시한폭탄을 받은 문제는 이 사건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이다. 왜냐하면 호텔에서 수령받은 이 폭발물로 후에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에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김현희 일행이 비행기 안에 두고 내린 시한 폭탄이 11월 29일에 KAL858기를 폭파시켰다는 시나리오가 안기부 수사 발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베오그라드에서 김현희 일행이 시한 폭탄을 건네받았다는 사실에 대한 검증은 매우 중대한 문제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안기부와 김현희는 거짓말을 하였다. 북한 간부에게서 폭탄을 수령받았다는 메트로폴리탄 호텔은 없다. 유고 베오그라드에는 메트로폴리탄(Metropolitan) 호텔이 없고 메트로폴(Metropol) 호텔만 있다. 김현희가 호텔 이름을 혼돈하거나 착각하여 실수로 진술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안기부, 검찰, 본인 진술서와 고백록, 재판 기록의 수 십군데 모두 ‘메트로폴리탄 호텔’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존재하지도 않은 호텔에서 폭탄 수령의 임무를 수행하였다는 자체가 얼마나 웃기는 코미디인가.

▲ 김현희 진술서에 '메트로폴'호텔은 메트로폴리탄'호텔로 수정되어 있다. ▲ 통일뉴스

흥미로운 점은 후기 진술서에서 ‘메트로폴’이라는 실제 이름을 적었다가, 메트로폴 뒤에 ‘___리탄’을 첨가하여 다시 ‘메트로폴리탄’으로 수정을 가하였다. 말하자면 실제로 존재하는 ‘메트로폴 호텔’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메트로폴리탄 호텔’만 기록한 사실은 결국 김현희의 새빨간 거짓말에 국민들만 농락당한 꼴이 되었다.

유럽의 나라들은 메트로폴(Metropol, Metropole)이라는 이름을 가진 호텔은 많다. 결국 김현희는 존재하지도 않은 호텔에서 북한지도원들을 만나 폭탄을 인수받았다는 것인데 존재하지 않은 호텔에서 행해진 폭탄 수령 사실로 인해 ‘폭발물에 의한 사건’이라고 발표한 안기부 수사발표 신뢰성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대한항공858 여객기에 폭발물을 반입한 문제, 9시간 후로 폭파 세팅하여 KAL858기를 폭발시킨 문제 이 모두가 거짓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김현희의 기억력은 공테이프처럼 정확하다고 극찬했던 안기부 수사관들의 자랑도 무색해졌다. 테러 임무 수행 직전인 1987년 11월 말경의 호텔 이름도 몰라 엉터리로 진술한 김현희의 기억력은 쥐 또는 붕어의 수준이 아닌가 싶다. 김현희의 기억력은 거꾸로 가는 시계로 보인다. KAL기 사건과 관련없는 기억력들은 참으로 놀라울 정도인데, 이상하게 KAL기 사건과 직접 관련된 기억들은 많은 오류들과 거짓들로 가득차 있다.

구체적인 사건을 하나 살펴보면 시기적으로 3년이 앞선 1984년도의 호텔 이름과 호실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구라파 여행을 끝낸 김현희는 단신 홍콩을 경유 마카오에 잠입, 애도 호텔 122호실에 대기했다’(안기부 수사발표문 6쪽) 한 달전 사건의 기억은 깜깜한데 3년 전 기억은 너무도 정확히 기억하는 김현희였다. 안기부는 1984년 김현희의 홍콩 애도 호텔 숙박계를 증거물로 제시하였다. 또한 김현희는 1984년 유럽 여행 중 체류 호텔들을 열거하며 심지어는 숙박기간까지 기억하였다.
비엔나의 아스토리아 호텔(6박 7일), 코펜하겐의 로열 호텔(5박 6일), 파리의 그랜드 호텔(4박 5일) 등 3년 전의 여행은 놀라울 정도의 기억력을 보여주었지만 1987년 11월, KAL858기 사건 공작 수행을 위해 체류했던 호텔들은 허위진술로 일관하였다. 상식 밖이다. 김현희의 홍콩 애도 호텔문제는 KAL기 사건의 수사발표를 뒤짚는 중대한 문제이다. 1984년 숙박계는 김현희가 제출한 증거물이 아니라 안기부가 보관하였던 증거물이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안기부가 1984년에 김현희의 애도 호텔에 투숙한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었나? 1984년부터 안기부는 김현희를 알고 있었다는 증거물이 아닌가.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안기부가 KAL858기 사건 발생 3년 전에 김현희의 홍콩 호텔 숙박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심지어는 1984년 호텔 숙박계까지 보관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KAL858기 사건 발생 수년 전부터 김현희를 관리하고 있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안기부가 김현희에 대하여 아무런 수사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김현희의 과거 행적을 적나라하게 밝혀주는 언론보도가 무수히 나타났다. 당시 기자들은 모든 언론의 출처(Source) 안기부로 판단하고 있다. 안기부에 따르면, 김현희는 12월 1일 바레인에서 음독자살을 기도했고 이후 며칠 간 혼수상태에 빠져있었다. 그런데 당시 한국 언론들은 이미 동유럽에서의 행적 등을 구체적으로 보도하였다.

병원 응급실에 누워있는 김현희는 입도 뻥끗하지도 않았는데 한국 언론들은 범인들이 시한폭탄을 9시간 후로 세팅시켜놓고 비행기를 폭파시켰다는 내용을 보도하였다(중앙일보, 1987년 12월 2일)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병원 응급실에 실려간 범인(김현희), 아무 것도 발언하지 못하는 혼수상태, 어떤 수사도 하지않은 상황. 그러나 한국언론들은 김현희의 여행 경로와 행적과 일정들, 사고내용, 폭탄 종류와 시한폭탄의 세팅시간까지 구체적인 기사들을 쏟아 냈으니 상식과 양심이 모두 무너진 사회였고, 언론이었다.

전두환 정권 7년 내내 한국사회는 거짓과 국가폭력, 사회 혼란만이 난무한 광신적인(Crazy) 나라였다. 사람도 죽이고, 언론도 죽이고 진실도 죽였던 황제 전두환의 제국이었다. 전두환 정권은 오히려 언론들의 허위와 선정적인 보도들을 즐기고 더욱 부채질하였다.

전두환 안기부가 기획한 ‘무지개 공작’은 언론 공작과 국민 여론을 조작하여 진실은 철저히 가리고, 거짓된 자료들을 마구 던져주면서 언론들이 하이에나처럼 뜯어먹도록 수수방관하고 있었다. 국민들의 상식 그리고 양심마저 말살시킨 전두환과 노태우 안기부는 KAL858기 사건 진실 은폐의 앞잡이였음이 모두 밝혀졌다.

김현희는 행복할까? 불행할까? 그녀가 KAL858기 사건에 대하여 양심의 가책이 없이 진실했다면 행복하겠지만, 전두환의 꼭두각시로 거짓을 강요당하고 진실을 숨기고 있다면 그녀는 불행한 사람이다. KAL858기 어머니들과 진상을 원하는 사람들은 김현희를 괴롭히는 스토커들이 아니라 그녀가 양심의 가책으로부터 벗어나 존엄한 인격과 양심의 자유를 누리며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누구보다 김현희의 개인 행복, 가정의 행복을 바라는 분들은 피해자 어머니들이다. 군사정권의 도구로 활용된 김현희를 측은하게 여기며 그녀도 당신들과 같은 또 하나의 피해자로서 이제는 진실을 고백하고 어둠 속에서 벗어나기를 바라고 있다. 집권 야욕을 위해 한 여성을 희생양으로 삼아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집단이 누구인지 김현희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 누구로부터도 구속받지 않은 양심에 입각하여 피해자 가족들 앞에서 진실을 고백한다면 어머니들은 김현희의 모든 잘못을 용서하고 화해할 준비가 이미 되어있다. 언제든지 어머니들은 김현희를 딸처럼 기쁘게 받아 안을 것이며 행복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 김현희는 피해자 가족들을 위해 평생을 돕고 살겠다고 한 약속을 진실하게 이행하고 이제라도 어머니들과 화합하며 살아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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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8/23 [07:53]  최종편집: ⓒ pokr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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