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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는 ‘폭파사고’, 교통부는 ‘추락’, 진실은?
[기획연재-8] KAL이 로이드 보험사에 여태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는 까닭은?
 
신성국 기사입력  2012/08/01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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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역사상 항공기사고 조사를 교통부가 아닌 외무부 주도로 하는 나라는 오직 1987년의 대한민국뿐이었다. 국제 항공 사고 역사상 사고 다음 날 사고 원인과 결과를 정부 관계자가 아닌 민간 항공사(대한항공) 회장과 사장이 언론에 발표하는 나라도 오직 1987년의 대한민국뿐이었다.

1987년 11월 29일 KAL858기 사고가 발생한 그 다음날인 11월 30일, 당시 대한항공 조중훈 회장은 “폭탄 테러”로, 조중건 사장은 “폭발 추정”으로 사고 소식을 언론을 통해 발표했다. 이들이 발언한 시점은 정부 사고합동조사단이 사고 지역도 모르는 상황이었고, 정부 조사단은 사고 지역이 육지인지, 해상인지도 알지 못하여 태국의 밀림 지대를 수색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조사단은 12월 9일까지 수색 열흘이 지나도록 여객기의 동체, 잔해와 시신을 발견하지 못하고 아무 소득도 없이 철수하였다. 사고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검증, 블랙박스의 회수와 교신 기록 확인 등의 엄격한 절차와 분석 후에 사고 원인과 결과를 발표를 하는 것이 항공기 사고 조사의 일반 규범(Criterion)이고 원칙이다.

▲ 조중훈 대한항공 회장
그런데 대한항공 사장단은 아무런 물증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미얀마(버마) 랑군 공항에 도착한 뒤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폭탄 테러”, “폭발 추정”로 발표하였다니 이런 몰상식이 어디 있는가? 자신들이 운영하는 항공사 소속의 승무원과 탑승객들에 대한 존중과 예우 차원에서라도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할 사장단들이 불행하고 비극적인 참사에 대하여 사실 확인과 증거도 없이 무책임한 언행을 일삼았으니 참으로 개탄할 일이다.

이 사고와 관련하여 대한항공은 법적으로 책임을 진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 법적, 도덕적으로 무한책임을 져야할 사고 민항사(KAL) 대표들이 근거도 없는 말을 함부로 하고, 부적절한 처신을 하였으니 그들의 인격이 의심스럽기만 하다. 일례로 미국의 Pan-Am사와 비교해보더라도, 세계 최고의 항공사이자 미국의 상징으로 군림하였으나 1988년 12월 1일에 발생한 Pan -Am 103편 테러폭파 사건으로 이 회사는 큰 타격을 입었다.

그 전에도 종종 악재는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Pan-Am 폭파 사건으로 인해 1991년에 회사는 문을 닫고 말았다. Pan -Am 103편 탑승객 가족들은 항공사를 상대로 보안문제의 책임을 물었고, 팬암사는 사고의 책임과 경영 악화로 인해 결국 파산하였다. 항공사가 항공 보안을 허술하게 하여 테러범들이 탑승을 했고, 그래서 수많은 탑승객의 인명이 희생되었다면 누가 그 항공사를 믿고 이용하겠는가?

그러나 대한항공은 항공 보안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영국 로이드 재보험사에 보험 청구조차 하지 않았다. KAL기 가족회는 2005년경에 대한항공 측에 질의서를 보내 보험청구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하였지만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회신이 없음을 볼 때 대한항공은 영국 로이드 재보험회사에 보험청구를 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1983년 9월 1일에 소련 요격기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 추락한 KAL007편 사고의 피해자 가족들에게 대한항공은 보험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대한항공이 KAL858기 사건에 대해서는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았음은 KAL007편 사고와의 형평성과도 맞지 않는 태도였다. 지구상에서 사고를 당한 항공사가 사고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항공사는 대한항공의 KAL858기 사고뿐이다.

보험청구 회피 이유에 대하여 가족들과 보험 전문가들은 영국 국제로이드보험사는 한국 정부의 사고 조사와 달리 KAL기 사고에 대한 철저하고 객관적으로 실사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전두환 정권의 사고 조사와 다른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고 보험 청구를 의도적으로 회피했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책임은 또 있다. 대한항공은 미얀마 랑군 공항으로부터 관제탑 교신기록을 인수받고 보관하다가 폐기해버렸다. 조중훈 회장측은 KAL858기 조종실과 랑군 관제탑과의 35분간의 Radio Contact 녹음 테이프를 입수하였지만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유실, 폐기하였다.

2007년 국정원 종합보고서에 의하면, 대한항공은 “교신기록 내용을 분석하였으나 특별한 내용이 없어 소홀하게 취급하였고, 현재 보관하고 있지 않은 것을 판단됨”이라고 보고하였다. 지상 관제탑과의 교신기록은 매우 중요한 기록장치이다. 그런데 이러한 중요한 물증을 보존하지 않고 폐기하였다는 것은 어떤 변명을 해도 결국 무언가를 은폐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싶다.

당시 대한항공 사장단의 발언과 행보에 대하여 재차 묻고자 한다. 대테러와 대공분야 전담 기관인 안기부보다 먼저 테러로 확신한 근거는 무엇인가? 민간항공사가 항공사고 조사 국가기관인 교통부보다 먼저 폭발에 의한 사고라고 발표한 근거는 무엇인가? 물증도 없이 그토록 서둘러서 비정상적인 형태로 발표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형참사를 입은 민간항공사의 책임자라면 정부측에 사고조사를 철저히 해달라고 요구하고, 정부가 조사에 만전을 기하여 국민적 의혹을 해소시키는데 협조해야 함이 올바른 태도이다. 그런데 항공사 대표들이 이런 기본을 망각하고 정부측의 조사가 들어가기도 전에 유언비어식의 망발을 해대면서 국민들을 혼란의 도가니로 만들었다니 통탄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한항공 사장단의 초기 발언들은 사전에 이미 짜여진 시나리오처럼 모종의 의도를 보여주며 다양한 방법에 의한 부풀리기의 수순을 밟아가고 있었다. 시간적 순서를 배열해보면 대한항공 사장들의 “테러” 발표(11월 30일) -> 청와대 전두환의 “북한 소행”(12월2일) -> 외무부, 문공부 장관들의 “북한 범죄”(12월 2일) -> 다음으로 조선일보의 “공중 폭발”, 경향신문의 “북괴지령 폭탄 테러”(12월 2일) -> 안기부 수사발표 “북한에 의한 테러 폭발”(1988년 1월 15일)로 이어졌다.

사고 발생 직후에 나온 조중훈 대한항공 회장의 발언을 시발점으로 대통령, 정부부처 장관, 언론사들, 수사기관으로 이어지는 일정한 '흐름'은 갈수록 확대 재생산되면서 마침내 안기부의 수사발표로 종지부를 찍게 된다.


- 사건 개요:
지난해 11월 29일 오후 2시 5분쯤 버마 안다만 해역 상공에서 공중 폭발하여 1백 15명의 고귀한 생명을 희생시킨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은 수사 결과 북괴 김정일의 지령에 의해 자행된 가공할 만행임이 밝혀졌다
. (1988년 1월 15일, 안기부)

KAL858기 사건의 '흐름'은 매우 조직적이고, 체계적이며, 언론을 주무기로 삼아 과대 포장하며 국민들을 세뇌시키는 양상으로 몰아갔다. 그러나 25년이 지난 현재는 그들의 의도와 거짓이 들통났고 긴꼬리가 잡히고 말았다. 화들짝 놀란 그들은 전두환 정권 때처럼 수구언론들을 동원하여 사건 은폐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거짓의 둑은 이미 금이 간 상태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

25년전 안기부는 KAL858기가 '폭발물에 의한 공중폭파'라고 발표하고 국민들 뇌리 속에 굳혀 놓았다. 그러나 이는 모두 거짓으로 밝혀졌다. 사고 발생 2년 4개월 후인 1990년 3월 13일 안다마 해역에서 사고기 동체 파편 61점이 발견되어 안기부는 수거한 동체 잔해들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 의뢰하였다. 안기부가 국과수에 의뢰한 내용은 ‘기체 잔해의 폭파 감정’이었다.

▲ KAL858기 잔해 발견을 보도한 <동아일보> 기사(1987. 11. 30)



안기부는 언론을 통해 88올림픽 마크가 새겨진 대한항공 동체 잔해들 발견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수사의 정확성과 정당성을 입증하는 증거물처럼 요란을 떨었다. 국과수는 안기부가 의뢰한 잔해들을 한 달여에 걸쳐 감정하여 그 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하였다. 국과수의 감정결과보고서는 61점의 모든 잔해에서 ‘폭파 흔적이 없음 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안기부의 '폭파에 의한 테러사건'이라는 절대적 명제는 2년 5개월 후 국과수의 감정 결과로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전두환 정권은 국민들을 철저하게 거짓으로 농락하고 기만하였다. 안기부는 국과수의 결과 보고서를 언론에 일체 공개하지 않았고,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된 시기는 사건 발생 17년 후인 2004년 5월 24~25일 'KBS 스페셜'에 의해 처음 밝혀지게 되었다. 국민들에게는 언론을 통해 KAL858기는 북한 테러범에 의한 ‘폭파사고’라고 엄청난 선전을 해댔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에서 ‘폭파 흔적 없음’으로 나왔으니 국민들과 피해자 가족들의 안기부에 대한 불신과 비난, 진상규명 요구는 당연한 것이다.

안기부가 국과수의 감정결과를 숨긴 일도 비난받을 일이지만, 또한 증거물인 기체 잔해들을 회수하지 않았은 것도 직무유기이다. 국과수가 자체 판단에 의해 고물상을 통해 폐기하였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안기부가 그토록 자랑했던 기체 잔해들은 고물상의 폐기처분장으로 묻혀지고 말았다.

더더욱 기가막힌 사실 한 가지를 소개하겠다. 안기부는 공식 수사발표를 통해 ‘폭파 사고’로 발표하였다. 그러나 안기부 발표와 달리 당시 교통부장관은 ‘추락 사고’로 지시를 내렸다. 피해자 가족들의 호적등본 기재 내용을 보자 ‘버마국 벵갈만 해역에서 대한항공 소속 KAL858편 여객기 추락사고로 사망(교통부 장관 보고)’ 희생자들의 호적등본은 사망 신고 전에는 모두 ‘실종자’로 기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안기부가 수사발표를 한 뒤 1988년 1월 중순에 교통부장관 명의로 '일괄 사망처리'를 단행한 것이다. 실종자에 대한 사망 처리의 행정절차는 실종 유예기간(항공, 선박 사고는 1년 이상)을 거친 후에 가족들의 결정에 따라 동사무소에서 사망신고를 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전두환 정권은 가족들의 권리를 박탈하고 사고 한 달 반만에 교통부에서 몰래 일괄적으로 다 처리해버렸다. 피해자들의 사정은 눈꼽만치도 배려하지 않은 잔인하고 반인륜 범죄정권이었다. 대테러 담당기관인 안기부는 ‘폭파사고’로 발표하고, 항공기 사고 주무 부서인 교통부는 ‘추락 사고’로 지침을 내렸으니, 전두환 안기부가 발표한 KAL858기 사건은 끝모를 거짓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 셈이 되었다.(전두환 정권 안기부 발표 1988년 1월 15일, 노태우 대통령 취임식 1988년 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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