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 중앙지법에서 '천안함사건' 제12차 공판이 열렸습니다. 이날 재판정에는 사고 당시 항해당직사관이었던 박연수 대위 그리고 우현 견시병이었던 공창표 하사가 증인으로 출석해 중요한 증언을 했습니다.
천안함 작전관인 박연수 대위의 증언이 중요한 이유는 그는 사고 당시 항해당직사관으로서 함교에 위치하고 있었고, 자신이 함선 운항의 총책임을 맡고 있었으므로 자신의 명령에 따라 함이 운행하였을 뿐만아니라 사고 순간 그 사고의 정황을 가장 정확하게 경험하고 인지한 책임장교이기 때문입니다.
1. 함미 후타실 CCTV 속에 생존자가 있다
국방부는 천안함 사고 직후 일부 언론보도에 의하여 '비상상황으로 후타실에 일부 대원이 달려갔다'는 내용이 논란이 되자 후타실에서는 대원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고 비상상황은 없었다고 발표하였으며, 그것을 입증하기 위하여 복원된 CCTV 영상을 공개하고 최종보고서 211Page에 해당 영상을 수록하였습니다.
CCTV 영상 속에는 근무자 1명과 대원 5명의 모습이 찍혀 있고 그 신원확인을 위해 지난번 11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최원일 함장에게 영상 속 대원들의 실명을 확인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최원일 함장은 6명 가운데 4명의 대원에 대해서만 실명을 확인하였을 뿐 나머지 2명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진술한 바 있습니다.
이날 당시 재판 후 확인 결과 근무자 모자(노란색)를 쓰고 있는 '박성호 하사'는 후타실이 아닌 함수에서 발견된 것으로 확인됨으로써 국방부가 발표한 영상이 후타실에서의 마지막 영상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최 함장이 확인해주지 않은 나머지 1명의 대원이 혹시 생존자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였습니다. (☜ 관련기사 : 함미 근무 박선균 하사 시신, 왜 함수서 발견됐나)
이번 재판에서 최원일 함장이 확인하지 않았던 1명의 신원을 박연수 대위의 증언을 통해 확인 한 바, '김용현 병장'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위 영상 가운데 제일 앞에 '병장'으로만 적힌 대원이 바로 김용현 병장이며 그는 사망자가 아닌 생존자 명단에 들어 있는 생존 대원입니다.
이로써 국방부에서 공개하였던, 함미 제일 뒤쪽 끝단에 있는 후타실 CCTV 영상은 마지막 영상이 아닌 것으로 공식 판명되었으며, 왜 국방부는 마지막 영상이 아닌 영상을 편집하여 마치 후타실의 마지막 장면인 것처럼 거짓 발표하였는지에 대하여 국민들에게 소명하여야 할 것입니다.
2. 천안함은 사고 순간 '90도' 정도로 기울어지지 않았다
두 번째 증인으로 출석한 공창표 하사는 사고 당시 우현 견시를 섰습니다. 공 하사는 사고 직후 배가 기울기 시작하자 난간의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있던 중 이광호 중사가 함교의 우측 문을 열고 나와 자신을 안으로 들어오도록 인도해 주었고, 공 하사는 함교로 들어가 함교 내부를 가로질러 좌현쪽 문으로 나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 이광호 중사는 우현으로 나가 부상전지(구조신호발신용)를 찾아 작동시켰습니다.(앞 증인으로 출석한 박연수 대위가 사실확인 함). 그 모든 일련의 작업이 가능하려면 천안함이 기울었다고는 해도 대원들이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였지 않느냐는 것이 저의 판단이며 그에 대해 묻자 공 하사는 '그렇다'라고 답변을 하였습니다.
저는 추가로 "선박이 90도로 기울어지면 사람이 걸어다니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만약 30~45도 정도만 기울어도 걷는 것이 힘들 것인데 천안함이 90도 기운 정도는 아니지 않느냐, 그리고 만약 천안함이 90도 기울었다면 우현 견시인 공창표 하사는 바닷물에 빠져야 한다"고 지적하자 공 하사는 "그렇지는(물에 빠지지는) 않았다"고 증언을 하였습니다.
사고 직후 천안함이 얼마만에 어느 정도 기울었는지 여부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 동안 국방부는 '쾅'하는 충격음과 함께 불과 '1.5초 이내'에 천안함이 우현으로 90도 기울어지는 바람에 물기둥이 있었어도 견시병들이 보지 못했고 물에도 젖지 않았다고 줄곧 강변하였으나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이번 재판에서 확인된 것입니다.
지난 5월 11일 평택 2함대에서 가진 '천안함 현장 검증'에서도 당시 함교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변호인단이 "이 위치라면 국방부가 말하는 폭발 지점에서 불과 25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 물기둥이 있었다면 어떻게 견시병들이 젖지 않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국방부는 "천안함이 1.5초 내에 우현으로 90도 기울었기 때문"이라고 답한 바 있습니다.
공 하사는 "물에 젖었느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답변을 하였으나, "해경 501호에 구조되고 다시 해군 함선으로 옮겨타고 난 후 옷을 갈아입었다"며 "갈아입을 당시 옷은 젖어 있지 않았다"라고 증언하였습니다. 결국 아래 그림과 같은 상황은 천안함에서 존재하니 않았던 셈입니다.
3. 천안함 사고지점의 수심이 20m?
이번 재판에서 사고 당시 항해 책임장교였던 박연수 대위는 "수심이 20m 내외였다"며 " 사고 직전에 분명히 확인하였다"고 증언하였습니다. 이는 그동안 국방부 합조단은 ‘북한 어뢰를 맞고 함미가 침몰한 곳의 수심이 45~47m’라는 발표와는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입니다.
변호인이 사건 직후 수심이 20m라 판단한 근거에 대해 묻자 박연수 대위는 “배에 측심기가 작동하고 있었고, 그를 보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쾅’하는 소리가 나기 직전에 확인한 것이냐는 변호인측 질문에 그는 “(수심에 대한 상황을) 수시로 본다”고 답하였습니다.
만약 박연수 대위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천안함이 반파된 지점은 국방부의 공식발표 지점과는 최소한 수 km는 떨어져 있다는 뜻이 되며, 실제 항해장교가 증언하고 있는 수심보다 두 배나 깊은 수심 46m 지점을 국방부가 사고지점으로 확정한 배경에 대한 해명이 요구되는 부분입니다.
☜ 관련기사 : <미디어오늘> "충격 증언, 천안함 작전관이 말한 사고 지점은 달랐다"
이번 재판은 천안함 사고 순간의 상황, 마지막 영상의 진위여부, 물기둥의 존재 여부, 함선의 기울기, 함선이 기울어진 시간 등과 관련하여 그 동안 국방부가 주장했던 내용이 사실이 아님이 사고 당일 근무자들의 증언을 통해 입증된 재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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