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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의 남자들’, 구로다와 전두환
[특별기고-신성국 신부] 왜 ‘KAL858기 폭파사건’에 매달리게 됐나?
 
폭로닷컴편집국 기사입력  2012/07/02 [06:46]

   
▲ KAL858기 진상규명을 위해 한국과 미국에서 일해왔던 신성국 신부

나는 어린 시절 씨름을 매우 좋아했다. 시골에는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놀이 문화가 거의 없었고, 대부분이 들판과 마당을 이용한 놀이였다. 나는 비록 체구는 작았지만 씨름을 잘해서 어머니가 집 마당에 모래 씨름장까지 만들어주었다. 씨름은 나와 영원히 뗄 수 없는 인연인가. 천주교 사제가 된 후에도 크고 질긴 엄청난 사건을 꼭 움켜쥐고 씨름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9년 동안 KAL858기 사건과 씨름을 하고 있다. 만일 누군가 나에게 KAL858기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해 왜 그토록 애쓰며 사는가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간단하다. 구세주 강생 2000년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대희년 과거사 반성문에 그 답이 담겨 있다.

“대희년과 함께 새 천년이 시작되었습니다. 교회가 맡겨진 사명에 충실하면서 새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지난날의 잘못을 참회하고 자신을 정화하는 자세가 요청됩니다. …… 우리는 그리스도 신비체 안에 신앙으로 결합된 형제자매로서 과거의 잘못에 대하여 함께 고백하고 참회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참회를 바탕으로 자신을 쇄신하면서 민족과 화해하고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이들의 대열에 함께하려 합니다. …… 우리 교회는 광복 이후 전개된 세계 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빚어진 분단 상황의 극복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노력에 적극적이지 못하고 소홀히 한 점을 반성하고 이 과정에서 생겨난 수많은 희생을 마음 아파합니다. 교회의 무관심과 방관 그리고 잘못으로 상처받은 분들에게 용서를 청합니다.”

김현희와 조갑제의 종북주의 매도는 반교회적 반복음적인 언동

2000년도에 교회가 새천년을 맞이하며 세상 앞에 ‘과거사 반성과 고백 그리고 참회’의 뜻을 공적으로 밝혔다. 특히 한국 천주교회는 과거 일제 강점기에 대하여 민족의 고통에 함께하지 못한 과오를 반성하고, 또한 현재의 민족 분단에 대한 책임과 가슴 아픈 성찰도 발표하였다. 나는 그것을 실천하고 싶어서 이 사건에 개입하였다.

KAL858기 사건은 한반도 분단의 특수한 상황에서 빚어진 민족의 아픔이었다. 분단 교회가 사명감을 가지고 떠안아야 할 특수한 사건이었다. 김현희가 지난 6월 18일과 19일에 <TV조선>에 출연하여 KAL858기 사건을 의심하고 자신을 가짜로 여기며 믿지 않는 사람들을 ‘종북주의자’로 매도했지만, 나는 교회의 ‘대희년 과거사 반성문’에 입각해 이 사건을 다루기 시작했으며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과거사 반성문을 실행하는 천주교 사제를 종북주의자로 매도한다면, 이는 반성문을 작성하고 발표한 교회 지도자들에 대한 극단적 모독이 아닐 수 없다. 반성문의 언급대로 이 사건 안에는 분단 역사의 수많은 희생과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있으며, 교회는 이분들에게 용서를 청하며 정의와 평화가 가득찬 세상을 만드는데 더욱 노력해야 한다. 따라서 김현희와 조갑제의 종북주의 매도는 반교회적, 반복음적인 언동으로 비난 받을 일이다.

   
▲ <조선일보> 1987년 12월 16일 지면

나의 진상규명 활동은 세 단계로 구분된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는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깊은 공감과 연대감을 느꼈다. 힘없고 지친 가족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그들의 활동에 지지를 보냈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는 구체적인 자료들을 찾는데 주력하였다. 2007년, 대책위의 조사팀들은 사건 관련 정보공개 청구를 하여 재판을 통하여 안기부와 검찰 수사 기록들을 모두 받아냈다. 나는 미국에 거주하면서 메릴랜드의 국립 중앙 문서고를 직접 방문하여 CIA의 일부 자료와 1988년의 UN 안전보장이사회 KAL기 회의록 전문을 받아냈다.

노태우 정권의 김현희 수사 발표는 100% 거짓말

수사기록들은 안기부와 검찰에 의해 20년 동안 감추어져 있다가 2007년 말에 처음으로 빛을 보게 되었고, 조사팀은 수사기록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대책위의 조사팀은 안기부와 김현희의 자료 안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거짓말을 확인하고 체계적으로 종합 정리하여 한권의 책으로 발간했다. 서현우 씨가 쓴 <KAL858기 폭파사건 종합분석보고서>(2010, 창해 출판사)다.

나는 수사 기록과 조사 분석을 통하여 밝혀진 내용들을 살펴보면서 아연실색하였다. 사고 항공기에 대한 사고 조사는 허위로 가득찼고, 폭파 사고로 볼 수 있는 증거물은 단 하나도 없었다. 노태우 정권(제6공화국)의 김현희 수사 발표는 100% 거짓말이었다. 그들은 끝도 없는 허위 사실에 근거해 수사 기록을 남겼고, 중요한 기체 잔해 증거물들은 모두 폐기하면서 사건을 은폐하였다. 25년간 진상 규명을 요구해온 희생자 가족과 어머니들의 외침이 과연 정당하였음을 확인하였다. 전두환과 노태우 정권은 자신들의 정권 유지와 이익을 위해서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를 헌신짝처럼 희생시킨 것이다.

또한 전두환은 언론들을 정권의 도구로 삼아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이 사건을 왜곡 보도하게 하였다. 사건 발생 다음 날부터 언론들은 ‘폭파 테러’, ‘북한 테러’라는 기사를 쏟아 내었다. 이미 짜여진 시나리오대로 이 사건을 반공주의 정치 선동에 활용하였고, 이는 곧 치러질 13대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것이었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정말로 하지 말아야 할 짓을 서슴지 않고 자행한 것이다.

   
▲ KAL858기 가족회 회장 차옥정 씨

한국 천주교회는 30여 년 동안 낙태 반대 운동 및 생명 운동을 펼쳐오고 있다. 이 사회에 생명 존중의 정신을 홍보하고 실천하는 것은 교회의 몫이다. 교회의 생명 운동은 태아도 소중한 생명으로서 수호하지만, 살아있는 인간도 생명 운동의 대상이다.

누군가 부당한 제도와 인권 억압, 분단의 구조악으로 희생당하고 불행을 겪을 때 이를 막고 개선하는 것 또한 교회의 생명 운동이다. 내가 KAL858기 사건에 매달리는 것은 교회가 펼치는 생명운동의 일환이며, 대희년의 과거사 반성문의 실행이며, 나아가 분단 교회 안에서 벌이는 민족 화해와 일치 운동이다.

김현희는 <TV 조선>에서 자신을 의심하며 진상 규명을 위해 활동하는 KAL858기 가족들과 국민들을 향해 ‘종북주의자’들로 매도하며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이 ‘종북주의를 배양’하여 자기를 괴롭혔다고 비난하였다. KAL858기 사건을 안기부가 발표한 그대로 믿으면 애국자이고, 의혹을 품고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자들은 모두 ‘빨갱이’란 말인가.

21세기의 대한민국을 유신 시대로 회귀시키려는 이명박과 김현희의 발악을 보았다. 지난 25년간 남편과 자식을 잃고 이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발벗고 나선 군인의 아내들, 평범한 주부들, 시골의 노부부들을 거침없이 ‘종북주의자’로 몰아세우며 훈계하는 김현희의 만용과 객기는 어디서 나왔는가?

2012년 대선 앞둔 '종북 몰이'와  KAL858기 사건, 그리고 김현희의 남자들 

최근에 전두환의 왕성한 대외 활동, 육군사관학교 사열, 5공 정권 하나회 출신의 강창희 국회 의장 등장, 15년 만에 혜성처럼 나타난 미모의 공작원 김현희의 TV조선 출연 등 일련의 사회적 분위기는 25년 전 1987년 대선을 앞두고 발생한 KAL858기 사건을 다시 연상시킨다. 민족 분단은 그들에게 선거판의 꽃놀이 패였고, 간첩단 사건과 종북 몰이 여론을 일으켜 선거에서 이겨보자는 계산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이토록 분단은 언제나 민주주의를 발목 잡고, 또 KAL기 사건과 같이 언제 누구를 어떻게 희생양으로 삼을지도 모르는 위험하고 불길한 사건을 생산해내고 있다. 이런 점에서 KAL858기 사건의 진상 규명 활동은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것이며, 앞으로 더 이상 분단의 희생자가 배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명 운동, 인권 운동이다.

나는 이 사건과 관련하여 거대한 악의 실체를 보았다. 김현희를 총체적으로 지원하고 옹호했던 인물들은 모두 유신정권과 5, 6공 인물들이다. 여기에 더하여 일본의 극우 언론인 <산케이 신문> 서울 특파원 구로다 가쓰히로도 김현희를 극찬 옹호하면서 23년 동안 줄기차게 김현희와 맺은 친분을 과시해 온 절친한 사이다.

구로다는 독도에 대해서 “한일 공동소유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과거 역사를 일본 식민지 사관으로 보는 여러 망언으로 악명 높은 극우 언론인이다. 구로다는 위안부를 매춘부로 표현하여 막말을 일삼은 ‘망언 제조기’로서 최근에는 “위안부 소녀상은 무허가 시설”이라며 일본 극우 정치인의 말뚝 만행을 옹호한 사람이다. 구로다는 1990년 6월 25일 한국 국민들이 KAL858기 사건을 너무 빨리 잊어버리고 남한 사람들이 북한에 대한 적대감이 없다고 질타한 적이 있다.

나는 KAL858기 사건의 진실을 김현희의 남자들, 전두환과 구로다를 통해서 답을 찾고 있다. 안기부의 KAL858기 수사기록은 친일파와 군부 독재자들의 대대손손 영구 집권을 위한 헌정의 기록이었다. 나는 과거사 반성문의 정신으로 판도라의 상자를 열려고 한다. 청산되지 않은 역사는 또 다시 반복된다. 2012년, 이제 우리는 진실의 문 앞에 가까이 서있다.

(KAL858기 사건에 대한 저의 글을 보고 싶은 분은 Daum 블로그 ‘정약종 진리의 길’에서 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신성국 (신부, 캐나다 세인트존 교구 주교좌 본당 보좌신부 겸 한인 공동체 담당)

     ※ 본 기사는 <진실의 길>의 제휴사인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의 6월 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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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제휴협력사-진실의길 http://poweroftruth.net/ , 폭로닷컴 광주전남 http://pokro.kr/우리들뉴스 http://www.urinew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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