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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만이 고소한 주진우 기자, 구속감일까?
[뉴스분석] 박정희 ‘사자 명예훼손’ 발언, 그 내용 꼼꼼히 따져봤더니
 
정운현 진실의길 기사입력  2012/05/29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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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요즘 바쁘다. 취재하랴, ‘나꼼수’ 방송하랴, 게다가 경찰에, 검찰에 조사받으러 다니랴 몸이 열이라도 모자랄 판이다. 주 기자는 평소 민감한 주제를 많이 보도해온 탓으로 소송과도 인연이 깊다. 최근에는 정치적인 이유로 얽힌 소송 사건도 적지 않다. 일단 눈에 띄는 것만 해도 3건인데, 이 가운데 두 건은 ‘나꼼수’ 활동을 같이 하고 있는 김어준 총수와 같이 얽혔고, 나머지 한 건은 그 ‘단독’이다.

1. 불법선거운동 건 

주 기자는 지난 4.11총선 때 ‘언론인’ 신분으로 특정후보(김용민, 정동영) 선거운동을 했다는 이유로(공직선거법 위반혐의) 조만간 서울경찰청 출두를 앞두고 있다. (참고로 ‘공범’인 김어준은 지난 15일 경찰에 출두해서 1차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날 김어준은 “선거에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이라며 “총선 기간의 활동은 이런 평소의 소신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라고 말했다.) 

2. 박근혜 명예훼손 건 

최근 ‘나꼼수’에서 주 기자는 지난 5월 초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인) 박태규씨가 (부산저축은행) 구명을 위해 열심히 뛸 때인 2010년 11월 박근혜 전 위원장을 만났다”고 얘기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최근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은 주 기자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참고로 이 건과 관련해서는 박지원 민주당 비대위원장도 박 의원으로부터 고소당했다.)  

▲ 지난 5월 23일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는 주진우 기자. 그 뒤는 동행한 김어준 총수. © 오마이뉴스


3. 박정희 사자(死者) 명예훼손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 출판기념회에서 주 기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얘기를 했는데 그와 관련해서 박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 씨로부터 지난해 11월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이 건으로 지난 23일 오후 주 기자는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대체 주 기자가 말한 내용이 뭐였기에 고소당했을까?

박지만 씨가 주 기자를 상대로 낸 고소장에서 자신의 부친에 대해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지목한 내용은 다음 세 가지다.

1) 박정희 전 대통령은 지난 64년도 독일 순방 시 뤼브케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2)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겨놓은 재산은 육영재단, 영남대, 정수장학회 등 10
조 원이 넘는다
3)
딸뻘 되는 여자를 데려다 성상납 받으면서 그 자리에서 총 맞아 죽은 독재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첫째, 1964년 방독 시 뤼브케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해-  

23일 검찰에 출두한 주 기자는 조사실로 향하기 전 취재진에게 “사적인 자리에서 한 말 실수 하나 가지고 남매(박근혜-박지만)가 부지런하게도 고소하는데 참 부질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날 주 기자는 자신의 발언은 ‘사석’에서 한 것이었고 또 그 내용이 ‘말실수’라고 밝혔다. 

그런데 엄격히 얘기하자면 주 기자가 문제의 발언을 한 자리를 ‘사석’으로 보기는 어렵다. 해당 동영상을 확인한 결과 주 기자는 2011년 10월19일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박정희의 맨얼굴>(유종일 교수 등 8인 공저)이라는 책 출판기념회에서 ‘젊은 기자가 본 박정희’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면서 문제의 발언을 했다.  

‘자리’는 그렇다고 치고 그럼 발언 내용은 사실일까? 주 기자는 23일 검찰 출입기자들에게 ‘독일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는 발언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은 독일 대통령을 만나서 같이 탄광에 간 적도 없고, 탄광에서 같이 눈물을 흘린 적도 없다”며 “이는 강천석 <조선일보> 주필도 인정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23일자 오마이뉴스 보도) 

▲ <조선일보> 강천석 논설주간의 칼럼(2003. 9. 2) © 조선일보 인터넷판 캡쳐

주 기자가 언급한 강천석 주필(당시 논설주간)의 글을 찾아보았다. <조선일보> 2003년 9월 3일자에 실린 강천석 논설주간의 ‘눈물 젖은 역사를 가르치다’라는 칼럼 중에서 해당 부분은 다음과 같다. (참고로, 이 칼럼에는 박 대통령이 서독 루르 탄광지대에 가서 한국인 광부들과 함께 뤼브케 독일 대통령을 만난 걸로 나와 있다.)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단상에 올라섰다. 그 순간 함보른탄광 광부들로 구성된 브라스 밴드가 애국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차츰 커지던 애국가 소리는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목부터 목멘 소리로 변해갔고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에 이르러서는 울음소리가 가사를 대신해 버렸다. 대통령 부부, 300여명의 우리 광부와 50여명의 우리 간호사 모두가 고개를 박고 어깨를 들먹였다. 

밴드의 애국가 연주가 끝나자 박정희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코를 풀더니 연단으로 걸어나갔다. “여러분 만리타향에서 이렇게 상봉하게 되니 감개무량합니다….” 대통령의 준비된 연설은 여기서 몇 구절 더 나가지 못했다. 이 구석 저 구석의 흐느낌이 통곡으로 변해갔기 때문이다. 그러자 박정희는 연설원고를 옆으로 밀쳐버렸다. “광원 여러분, 간호사 여러분, 가족이나 고향 생각에 괴로움이 많을 줄 알지만… 비록 우리 생전에는 이룩하지 못하더라도 후손을 위하여 번영의 터전만이라도….” 결국 대통령은 연설을 마무리짓지 못했다. 본인도 울어버렸기 때문이다. 박정희는 광부들에게 파고다담배 500갑을 선물로 나눠주고, 돌아갈 차에 올랐다. 차 속에서 흐르는 눈물을 감추려 애쓰는 박정희를 보고, 곁에 앉은 뤼브케 서독 대통령이 자기 호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박정희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1964년 12월 10일 서독 루르탄광지대에서 있었던 일이다....”  

프레스센터 강연 때 주 기자는 독일취재를 갔다가 들은 내용이라며 “63년도에 광부들이 파독되고 66년도에 간호사들 파독됐고, 64년에 박정희 대통령이 독일에 간 것은 맞지만 뤼브케 서독 대통령을 만나지도 못했다. 당시 독일은 이미 민주화가 돼서 박정희 대통령이 오자마자 민주화-시민단체 인사들 데모해서 대통령은 호텔에서 한 발짝도 바깥에 못나갔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 기자는 “(독일 대통령을) 만나지도 못했다, 탄광 간 건 맞는데 나머지는 다 구라(거짓말)입니다.”라고 강연에서 분명히 말했다.  

그러면 ‘박정희 대통령이 뤼브케 독일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는 주 기자의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결론부터 앞세우면 주 기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당시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1964년 12월 28일 박정희-뤼브케 양국 정상은 한-독정상회담을 가졌으며, 박 대통령은 이 때 서독 총리도 만났다. 이같은 사실은 당시 신문 등 1차 자료로 금세 확인이 가능하다. 이 점은 주 기자가 신중치 못했다는 얘기다.

▲ 1964년 12월 독일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은 뤼브케 독일 대통령과 28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진은 오른쪽부터 육영수 여사, 박 대통령, 뤼브케 대통령 순이며, 박 대통령과 악수하는 사람은 독일 총리임(자료사진)
  
둘째, 10조원 대의 재산을 남겼다는 주장에 대해- 


서울 상암동에 있는 ‘박정희기념.도서관’의 박정희-육영수 두 사람 유품 전시관에 가보면 전시물 중간 중간에 <중앙일보 ‘실록 박정희’ 中->에서 인용했다며 문구 몇을 써 붙여 놨는데 ‘러닝셔츠를 헤지도록 입었다’는 내용도 나오고 또 아래와 같은 내용도 적혀 있다. 

"박 대통령은 ‘자손을 위해 미전(좋은 땅/필자)을 사두지 않는다’는 일본 한시를 자주 암송하곤 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이 1남2녀의 자손을 위해 남긴 재산은 대통령이 되기 전에 살았던 서울 신당동 집 한 채 뿐이다." 

‘신당동 집’은 그가 준장 때 전세살이를 끝내면서 장만한 것으로, 현재 육영재단이 소유하고 있다. 주 기자가 ‘10조 원이 넘는 박정희 재산’으로 지목한 것은 육영재단, 영남대, 정수장학회 등이다. 현재 이 세 곳 모두 ‘재단’으로 돼 있어 특정 개인의 재산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운영 실태를 보면 박정희의 재산(유산)으로 볼 수 있는 측면도 없지 않다.

우선 이 세 곳 모두 박정희의 자녀들이 현재도 ‘사실상 소유주 행세’를 하고 있거나 또는 과거에 그러했던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2007년 7월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검증청문회 때 “청와대에서 나온 79년부터 정계에 입문한 97년까지 은둔생활을 했는데.”라는 질문에 대해 당시 박근혜 후보는 “은둔이 아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다. 재단을 운영했고 운동도 했다. 수필집도 내서 문인협회에 등록했다.”고 답한 바 있다. 

영남대의 경우 정관에 박정희를 ‘교주(校主)’라고 못박고 있어 더욱 그런 심증을 갖게 한다. 학교법인 영남학원(영남대학교와 영남이공대) 정관 제1장 총칙 제1조(목적)에는 ‘영남학원 법인은 대한민국의 교육이념과 교주 박정희 선생의 창학정신에 입각, 교육을 실시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영남대는 학교의 주인이 박정희임을 공개적으로, 명문으로 밝히고 있다. 

▲ 대구 근교인 경북 경산에 위치한 영남대 본관 건물로 학교 부지는 80여만 평에 달한다.


앞서 소개한 청문회에서 한 패널이 “학교법인 영남학원 정관 1조에 ‘교주(校主) 박정희’라는 표현이 삽입된 경위는?”이라고 묻자 박근혜 후보는 “당시 재단이사 한 분이 학교 설립 시 결의문에 있던 그 내용을 정관에 넣자고 했고, 이사회에서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 저도 찬성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변했다. 박정희 자녀들이 이사장이나 총장을 맡고 있지 않다고 해서 대학의 ‘주인’이 바뀐 건 아니다.  

만약 이 세 곳을 박정희가 남긴 재산(유산)이 아니라고 한다면 지금부터라도 박정희의 자녀들이 이 세 곳에서 ‘완벽하게’ 손을 떼야 한다. 다시 말해 그의 자녀들이 이들 세 곳에 직접 관여해서도 안되고 또 대리인이나 제3자를 시켜 ‘간접 통치’를 해서도 안된다. 그 길만이 그런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고 본다.  

박정희 재산 문제와 관련해 한 가지 더 언급해둘 것은 ‘스위스은행 비밀구좌’ 건이다. 곽태영(2008년 작고) 선생은 생전에 이 건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이 있다. 또 일설에는 이후락 씨가 박정희를 대신하여 관리했다는 설이 나돌았다. 1978년에 나온 한미관계 소위원회 보고서에는 이후락의 둘째 아들 이동훈이 소위원회에서 “스위스은행 자금은 박정희 대통령이 사용하기 위한 정부자금이었다고 진술했다.”(<보고서> 351쪽)는 주장도 있다.  

이들 세 곳의 재산규모(가치)가 어느 정도일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영남대는 부지만도 80여만평인 것으로 알려졌다. 얘기가 나온 김에 이번 기회에 한번 제대로 전체 자산규모를 파악해 보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혹 이들의 액수가 10조 원이 아니라고 해도 이 점은 별 문제는 되지 않으리라고 본다.  

셋째, 딸뻘 여자들을 데려다 ‘성상납’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

주 기자가 이에 대해 정확한 근거자료를 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 건과 관련해 주 기자에게 근거자료를 제출하라고 한다면 ‘10.26사건’ 재판(‘김재규 재판’) 당시 박선호 중앙정보부 의전과장의 법정진술 자료 등을 제출하면 어느 정도 커버가 될 것으로 본다. 박 과장이 당시 중앙정보부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이른바 ‘채홍사’ 역할을 했다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 '김재규재판' 당시 현장검증에 나선 박선호(왼쪽)와 김재규. © 보도사진연감


결론적으로 볼 때 ‘박정희 사자 명예훼손’과 관련해  세 건 가운데 두 건은 이미 세상에 알려진 것들이어서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다만 박정희가 1964년 방독 때 뤼브케 독일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니 주 기자가 사과문을 싣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검찰조사를 받은 다음날(24일) 새벽 주 기자는 자신의 팬까페에 “걱정마시라. 전 지지도, 잡혀가지도 않습니다. 파도가 밀려와도 웃으며 파도를 타고 놀 겁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자신감은 좋지만 기자는 매사 ‘확인’에 철저해야 한다는 조언을 한 마디 덧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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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5/29 [13:12]  최종편집: ⓒ pokr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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