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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노니, 김어준은 ‘언론인’인가?
[정운현 칼럼] 선관위는 좋겠다. 경찰-검찰은 더 좋겠다. 왜?
 
정운현 진실의길 기사입력  2012/05/1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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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화석습(朝花夕拾).

중국의 대문호 루신(魯迅)은 1926년 이 제목으로 자전적 기록을 남긴 바 있다. 직역하면, ‘아침에 떨어진 꽃을 저녁에 줍다’ 정도 된다. 속뜻은 아침에 일어난 일을 즉각 대응해서 처리하기보다는, 저녁까지 기다려(혹은 시간을 갖고) 이것저것을 판단(감안)한 후 현명하게 처리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도 하루를 묵혔다. ‘김어준은 언론인인가, 아닌가’를 따지는 문제 등을.

▲ 조화석습, 아침에 떨어진 꽃을 저녁에 줍다.

2. 김어준은 ‘언론인이다’.

내가 김어준을 처음 만난 것은 <대한매일>(현 <서울신문>)로 직장을 옮겨 문화부에서 미디어면 담당기자를 하던 2000년대 초의 일이다. 당시 홍대 입구에 그의 사무실이 있었는데, <딴지일보>로 제법 세상의 주목을 받던 때였다. ‘초절정 하이코메디 씨니컬 패러디 황색 싸이비 싸이버 루머저널이며,…우끼고 자빠진 각종 사회비리에 처절한 똥침을 날리는 것을 임무로 삼는다’를 표방하고 창간된 <딴지일보>는 그 자체로 화젯거리였다.

당시 나는 미디어면에 ‘언론개혁을 말한다’는 간판을 내걸고 미니 연재를 하나 하고 있었는데 김어준은 그 세 번째로 만난 인물이었다. 당시 내가 김어준을 주목했던 것은 그가 98년에 ‘본격 패러디 인터넷신문’을 표방하고 창간한 <딴지일보>가 제도권 언론에 대한 반작용의 결과라고 여겼다. 또 이는 한국사회에서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입증해주는 사례라고도 봤다. 그런 투의 내 질문에 김어준은 아래와 같이 답했다.

“기능·가격이 소비자들의 변별요인으로 작용하던 시대는 갔다. 이제는 이념·브랜드의 캐릭터가 구매결정 요인으로 작용하는 시대가 됐다. 신문도 마찬가지다. 제 목소리를 갖지 못한 신문은 더 이상 팔리지 않을 뿐더러 언론에 대한 리콜제 역시 곧 정착될 것이다. 그동안 언론사는 막대한 재원, 수백 명의 기자, 오랜 전통 등의 실물환경을 토대로 막강한 힘을 휘둘러 왔으나 이제는 개인도 신문을 만들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시대가 됐다. 언론의 높은 벽을 허무는 일이 언론개혁의 첫걸음이다.” (서울신문, 2000. 4. 12)

2000년대 들어 인터넷매체의 대중화로 우리사회에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기존 언론의 일방적 주도와 기득권에 대해 유의미한 견제가 이뤄졌다. 또 그로 인해 우리 언론계의 패러다임에도 적잖은 변화가 초래한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역사와 전통을 내걸고 수백 명 기자들로 무장한 큰 신문사, 방송사들이 블로그 같은 1인 미디어 하나를 감당하지 못한 사례가 셀 수도 없이 많다. 지금의 상황에서 놓고 보면 12년 전에 김어준의 대답(예견)은 상당부분 적중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상당히 예지력이 있는 인물이다.

▲ 91년 당시 해외 배낭여행 중인 김어준 총수. 지금보다는 많이 홀쭉하다. ⓒ김어준 팬까페

그 김어준이 어제 서울경찰청에 출석해 6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이유는 지난 4.11 총선 기간 중에 ‘언론인’ 신분으로 김용민·정동영 후보를 위해 공개집회를 연 것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며 선관위가 그를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이날 경찰조사에서 김어준은 인정신문(신분확인) 때 자신이 ‘언론인’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국가기관인 선관위가 그를 ‘언론인’으로 인정했고, 그 스스로도 ‘언론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다. 김어준은 언론인 맞다. 형식적으로 보면, 그는 98년에 창간된, 국내 첫 패러디신문인 <딴지일보>의 사주(총수)이며, 작년부터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주도해 왔다. 나꼼수가 생기기 이전에는 논객으로서도 신문, 방송 가리지 않고 각종 매체에서 왕성하게 활동해왔다. 그가 총수로 있는 <딴지일보>는 인터넷신문으로 등록돼 있어 그는 언론 사주이다. 그래서도 김어준은 명실공히 ‘언론인’ 맞다.

껍질만이 아니라 속을 들여다봐도 김어준은 ‘언론인’ 맞다. 그는 할 말은 하고, 또 해야 할 말은 꼭 하고, 특히 남들이 하기 어려운 말조차도 비켜가지 않는, 이 시대에 몇 안 되는 용기있는 언론인이다. <조선일보>처럼 ‘할 말을 하는 신문’이라고 표방하면서도 실지로는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그래서 비판자들로부터 ‘찌라시’라는 소리를 듣는 그런 언론인이 아니다. 김어준이 ‘힘’을 가지고 있다면 그 힘의 원천은 바로 이런 데서 나온 것이다.

그럼에도 그간 우리사회(특히 언론계)에서 김어준을 ‘언론인’으로 제대로 대우해 준 적이 거의 없다. 제도권 언론은 그를 언론 바닥의 돌연변이, 이단자, 혹은 아웃사이더 정도로 치부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겨레> 등 일부 진보언론에서 그에게 이런저런 ‘기회’를 더러 준 적이 있지만 그것을 두고 김어준에게 ‘언론인 대우’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저 그가 필요한 그런 자리에 그를 불러다 적절히, 더러는 소모품처럼 썼을 뿐이다. 값싸게.

3. 김어준은 ‘언론인이 아니다’.

‘나꼼수’가 세상을 들었다 놨다 할 정도가 되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럼에도 대다수 제도권 언론들은 나꼼수를 조명은커녕 구경하고 즐기기만 했다. 거기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우선 ‘젊은 애들 넷이 모여 낄낄대는’ 데 그게 수억, 수십억 들여 만든 공중파 프로를 제치고 있으니 부럽기도 하면서 질투심이 작동했을 터다. 그러면서 내놓은 것이 ‘나꼼수는 매체가 아니다’ ‘돌출적으로 나타난 일시적 현상’ 정도로 치부해버린 ‘나꼼수 깔아뭉개기’가 그 하나가 아니였을까.(물론 그 이후엔 여러 매체들이 나꼼수를 다뤘는데 이는 다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서였다고 본다.)

김어준이 창간한 <딴지일보>는 적어도 겉으로는 언론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패러디를 표방한 <딴지일보>가 일반사회의 여론을 선도하고 의제설정을 주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반면 언론의 틀을 갖추지 않은 팟캐스트 ‘나꼼수’는 언론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할 수 있다. 나꼼수는 작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도 직간접적으로 박원순 시장 당선에 큰 도움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조중동이 박 시장을 돕지 않은 것보다 ‘나꼼수’가 박 시장을 도운 것이 오히려 힘이 더 컸다고 본다.

나꼼수가 <딴지일보>에 실려 있고, 김어준이 이 둘 다를 관계하고 있다. 그러나 엄격히 내용을 놓고 말하자면 이 둘은 별 상관관계가 없다. 그런데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이 아니라 ‘나꼼수’ 멤버로서의 김어준이다. 말하자면 법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언론으로 쳐주지도 않는 ‘나꼼수’에서 행한 것이 이유가 돼 그가 총수로 있는 <딴지일보>의 법적 제한사유(언론인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에 딱 걸리고 만 것이다.

 ▲ 15일 오전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서울지방경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앞서 언급한대로 기성언론, 특히 조중동 등 보수신문들은 평소 김어준을 언론인은커녕 ‘기피인물’ 정도로 여겨왔다. 혹 잘못하다간 자신들에게 무슨 흙탕물이라도 튀어 옷을 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그러다가도 보도자료 한 장도 안냈는데도 아주 친절하게(?) 김어준을 보도해주는 경우가 있다. 이번처럼 사건, 사고에 연루돼 까는(!) 기사를 쓸 경우다. 마치 지난 4.11총선 때 김용민처럼. 이들은 김용민이 출마한 사실조차도 제대로 다루지 않다가 10년 전에 한 ‘막말’이 불거지자 옳다구나! 하고 하이에나처럼 달겨들어 물어뜯었다.

‘나꼼수’의 김어준은 언론인이 아니다. 김어준은 나꼼수 이전에는 신문, 방송 등에서 필자, 사회자나 진행자 등을 맡았었다. 물론 언론계 바닥에서 활동했고, 그 결과물로 먹고 산 건 맞지만 그렇다고 그가 ‘언론인’인 건 아니다. 신문에 글 쓰고 방송에 출연한다고 해서 다 언론인은 아니다. 필명을 날리는 몇몇 대학교수나 변호사들은 신문사 지면을 제 일기장처럼 가져다 쓰는 사람들도 있다. 몇몇은 시사토론 프로에는 단골 출연자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들을 언론인으로 부르진 않는다. 

좀 더 구체적이고 친근한 사례를 하나 보자. <시사저널>이 매년 조사한 ‘언론인 영향력’ 순위에 따르면,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진행자)는 조중동의 내노라는 언론인을 모두 제치고 1등을 거의 독점해 왔다. 그런 그의 공식직함은 대학교수이며, 하나 더 보탠다면 ‘방송인’ 정도다. 손 교수가 아나운서 출신이어서 헷갈린다면 개그우먼 출신의 김미화 씨를 떠올려보면 금세 감이 온다. 김미화 씨가 시사프로를 진행했(한)다고 해서 그를 언론인으로 부르진 않는다. 그 역시 방송인이 적절하다. (그런 연장선 상에서 김어준은 ‘언론인’보다는 ‘방송인’이 맞다.)

4. 선관위는 좋겠다. 경찰-검찰은 더 좋겠다.

4.11 총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3월 13일 ‘문재인의 대항마’ 손수조 후보 격려차 부산 사상을 방문했다가 손 후보 지역구에서 이동중 잠시 ‘카퍼레이드’를 한 적이 있다. 두 사람이 오픈카에서 머리를 내밀고 지역주민들을 향해 손을 흔든 장면을 두고 네티즌들은 ‘쌍두노출’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현행 공직선거법 91조 3항에는 ‘누구든지 자동차를 사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4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돼 있다.

당시 현장에서 촬영된 동영상을 보면 이들은 대략 80m 정도를 카퍼레이드를 하면서 이동한 것이 분명하다. 이 점은 선관위도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해석이다. 선관위는 이들의 ‘쌍두(雙頭)노출’을 두고 “계획 안된 차량 유세는 괜찮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곧바로 밝혀진 사실이지만 손 후보 측은 박 위원장의 방문에 대비해 선루프가 장착된 SUV 차량을 사전에 준비해뒀다고 한다. 그러나 선관위는 이번에는 ‘환영 나온 유권자들에게 예의를 차리기 위해 그리 한 것이니 별 문제없다’는 식으로 이들을 감쌌다.

▲ 총선 기간 중인 지난 4월 8일 시청광장에서 열린 번개모임에 등장한 나꼼수 3인방

나꼼수가 이런 먹잇감을 그냥 지나칠 리 없다. 4월 8일 나꼼수는 시청광장에서 번개모임을 가졌는데 이 때 연출된 것이 나꼼수 3인의 이른바 ‘3두(三頭)노출’이다. 말하자면 박근혜-손수조의 ‘쌍두노출’에 빗대 풍자 내지 패러디를 한 셈이다. 그런데 선관위는 이걸 문제 삼고 나섰다. ‘3두’ 가운데 김용민 후보가 포함돼 있어 이날의 ‘3두 노출’은 그를 위한 고의적·불법적 선거운동이라는 것이다. 나꼼수 그들 역시 자신들을 환영 나온 팬들에게 ‘예의를 차리기 위해’ 그리 했을 것임에도. (나꼼수가 정동영 후보 지역구에서 지지연설 한 것도 선관위 방식대로라면 평소 알고 지내는 정 후보에 대한 ‘예의를 차리기 위해’ 그리 한 것임에랴)

문제는 김어준이 일반시민이라면 별 문제가 없다. 문제는 그가 ‘언론인’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시사인> 기자인 주진우도 이 조항에 걸렸고, 그 역시 조만간 경찰 출두를 앞두고 있다) 박근혜를 비롯해 수구동맹체(조중동, 재벌, 수구기득권 세력), 그리고 검-경 공권력 입장에서 보면 마치 눈엣가시 같은 ‘나꼼수’의 김어준을 어찌 한번 엮어보려고(?) 시도했을 법도 한데 당장 묘안이 그리 신통치 않았다. 그런데 김어준을 꼼짝달싹 못하게 한 것이 바로 ‘언론인’ 조항이다. 공직선거법 60조에 따르면, 언론인은 선거운동이 금지돼 있다. 김어준은 제 입으로 언론인라고 했고, 세상에는 또 필요에 따라 그를 언론인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있으니 꼼짝 못하고 당하게 됐다.

지난 10일 선관위는 제1회 ‘유권자의 날’ 행사를 성대히 치렀다. 이날 행사에서는 선거문화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에 대한 훈․포장 수여식이 있었다. 최근덕 성균관장은 국민훈장 동백장을, 흥사단 반재철 이사장은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고, 국민포장에는 한국장애인유권자연맹 최봉실 이사장과 중앙선관위 공명선거 홍보대사인 가수 장나라 씨가 받았다. 또 대통령표창에는 한국정당학회회장 이현출 씨 등 7명과 바른선거시민모임중앙회 등 3개 단체가 수상하였다. 대체 이들은 선거문화 발전에 어떤 공로를 세웠길래 훈포장을 받았을까? 이들에 비하면 젊은층의 투표 참가에 적잖은 공을 세운 나꼼수의 공은 아주 하찮은 것일까?

(이제 선관위는 좋겠다.
경찰-검찰은 더 좋겠다.
골칫덩이 ‘나꼼수’ 멤버 셋 가운데 둘을 ‘언론인’으로 일거에 보낼 수도 있게 됐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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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5/18 [07:01]  최종편집: ⓒ pokr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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