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이명박이 취임 4주년 기자회견 자리에서 ‘내곡동 사저 문제는 제 탓’이라고 말했다.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 이상돈은 이명박의 아들인 이시형이 ‘기소’되어야 할 사안이라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말인즉 ‘처벌’받아야 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미였다. 실제 야당에서 지난 해 10월 이시형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리고 반년 만에 검찰에서는 이시형을 ‘서면조사’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이시형에게 서면질의서를 보낸 것은 지난 3월 초. 업무 관련 해외 출장 등으로 바빴다는 이시형이 답변서를 보내온 것은 한달 후였다. 답변 내용은 '돈을 빌려서 내곡동 땅을 매입하였으며, 편법 증여 등 사실에 관해서는 알지 못한다'는 지극히 일반적인 내용이었으며, 분량 자체도 질문을 합쳐서 A4 10매 남짓이라고 하니, 허술해도 보통 허술한 것이 아니다. 현직 국회의장보다 더 한 '총리급' 대우가 아닐 수 없다.
시민단체와 야당에서 제기하는 이시형 의혹은 구체적이다. 국고 손실을 분명히 끼쳤다. 경호처와 이시형은 내곡동 땅을 공동으로 구입했다. 그런데 경호처는 비싸게, 이시형은 싸게 구입한 것이다. 당연히 양자를 불러서 대질조사를 벌여야 한다. 특히 국고가 투입된 내곡동 땅이 이명박의 퇴임 후 사저이기 때문에 이시형을 불러서 물었어야 했다. 이는 선택사항이 아닌 것이다.
2008년 재산 3,656만원 신고한 이시형... 무슨 돈으로 내곡동 땅 샀나?이시형은 돈이 없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 이후 첫 공직자 재산신고 당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신고한 이시형의 재산은 3,656만원이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이명박은 이시형의 재산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2008년 원룸 보증금도 안 되는 돈을 가지고 있었던 이시형은 무슨 배짱으로 11억 2천만원을 빌려서 2011년 내곡동 땅을 샀단 말인가.
11억 2천만원은 ‘차용’한 것이기 때문에 이시형은 누군가에게 이자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연 5%로 빌렸다고 하면 연 5천 6백만원, 매월 46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이자로 지급해야 한다. 과연 이시형은 매월 460만원 이상을 벌어서 이자비용을 지불하고 있는가.
이시형이 착실히 직장생활을 했던가? 아니다. 2008년에 이명박 사돈기업인 한국타이어에 1년 남짓 일하고는 2009년 퇴사했다. 그리고 2010년 8월에 이명박 실소유주 논란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다스’ 과장으로 채용된다. 2011년 3월에 차장으로 승진했고, 2012년 2월에는 부장으로 승진했다. 즉, 직장인으로 살아 온 이시형이 제대로 급여를 받은 시기는 만 2년 반 남짓이다.
한국타이어 신입사원 연봉은 대졸 평균 수준 보다 낮은 편이다. 머니투데이가 보도한 성과급(IB)를 포함한 한국타이어 신입사원 연봉은 3500만원이었다. 이시형은 이자비용을 벌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다스 과장, 차장, 부장으로 1년 반을 근무했다. 지난 4월 10일 공시된 (주) 다스의 2011년도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역산해 본다.
다스는 2011년 인건비(판관비, 제조경비 포함)로 668억원을 지출했다. 부가가치 계산에 필요한 금액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보아 성과급(IB)도 포함된 금액으로 분석된다. 2011년 현재 (주) 다스에 재직 중인 임직원은 2,800명(다스 홈페이지 기업설명자료 참조)이다. 총 인건비를 직원수로 나눠보면 평균 연봉은 3천만원이 되지 않는다.
부장이라는 직위 등을 고려할 때 이시형은 평균 연봉 이상을 받을 것이다. 단, 중견기업의 임원 연봉이 1억원이 되지 않음을 고려할 때 그의 연봉은 7천만원(6천~8천만원 평균) 내외가 아닐까 추정된다.
세전으로 월 600만원 남짓이며, 세후(20% 세율)로 계산하면 그의 실수령액은 480만원 정도이다. 한국타이어 연봉으로는 이자비용도 못 벌었고, 다스 부장이 돼서야 내곡동 땅 대출금에 대한 이자비용을 간신히 충당했다. 그런데 이시형은 도대체 뭘 먹고 사는가. 버는 그대로 내곡동 이자비용으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연도별로 이시형 재산을 추산해 보자. 이런 식으로 이시형의 현재 재산 규모를 분석하는 이유는 그 정도로 11억 2천만원을 빌려서 땅을 구입한 행위가 비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레버리지 효과'도 아니고, 상식적으로는 전혀 설명되지 않는다. 편의상 세전으로 계산하고, 수령한 연봉은 한푼도 안 쓰고 다 모았다고 가정하자.
- 2008년 (공개된 재산) 3,656만원
- 2009년 (수입) 3,500만원 _ 한국타이어 신입 1년 연봉
- 2010년 (백수) 0원
- 2011년 (수입) 7,000만원 _ 다스 과장 & 차장 1년 연봉
- 2011년 (지출) 5,600만원 _ 내곡동 땅 대출금 11억 2천만원 이자비용, 연 금리 5%자산(내곡동 땅)과 부채(11억 2천만원) 가치가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2012년에 이시형이 공개했을 재산은 8,556만원 정도였을 것이다. 이는 2년 반 동안 이시형이 한푼도 안 쓰고, 한국타이어 & 다스 & 청와대 구내식당에서만 밥 먹었을 때에야 비로소 가능한 금액일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 정도의 현금과 연봉을 받는 33세 젊은이가 11억 2천만원을 빌려서 땅을 살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은 더더욱 이시형을 불렀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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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
아직도 내곡동은 이시형 땅... 보는 이가 부끄러울 정도내곡동 땅이 정국의 이슈가 되자 이명박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명의변경’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2012년 공개된 이명박의 재산에는 내곡동 땅이 포함돼 있지 않다. 내곡동 땅은 현재 명의변경 전 상태, 즉 이시형의 땅인 것이다. 당시 청와대에서는 명의변경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내곡동 사저 계획이 전면 백지화됨에 따라 명의를 바꿀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MBC에서는 이시형이 정상적으로 매입했다면 6억원이 더 필요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시형의 6억원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청와대가 대신 낸 것이다. 이명박이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내곡동 땅 자체를 국고에 헌납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이시형 이름으로 그냥 두었다. 상식적으로 시민단체와 야권, 언론에서 그 정도 근거 있는 비판을 한 상황에서 아버지가 정상이든, 아들이 정상이라면 내곡동 땅은 국고로 들어갔어야 맞을 것이다. 이들은 지켜보는 사람이 화끈거릴 정도로 비정상적인 행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시형 서면조사와 관련해 검찰은 실수했다. 19대가 개원하면 야권은 140석이라는 힘을 갖게 된다. 원내 과반에 육박하는 의석수를 가지게 된 야당은 내곡동 땅에 대해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요구할 수 있고, 국회파행을 원하지 않는다면 과반이 붕괴된 새누리가 이 요구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특검이 됐든, 국정조사가 됐든 첫 번째 소환할 당사자는 바로 이시형이다. TV로 생중계되는 상황에서 다스의 부장인 이시형이 누구 돈으로, 무슨 생각으로, 도대체 왜 내곡동 땅을 구입하게 됐는지 낱낱이 공개될 것이다. 그리고 왜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서도 끝끝내 내곡동 땅을 보유하려 하는지도 공개될 것이다.